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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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일의 일기: 풍화(風化)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0. 20:27
# 늦잠을 자고 늦은 오후부터는 소르본 대학 앞의 한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일요일에는 조깅도 하고 요리도 하곤 했지만, 오늘은 만사가 귀찮아서 쉬기로 했다. 박경리의 소설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해는 길어졌지만 좀처럼 기온을 풀리지 않고, 오늘은 바람까지 불어서 꽤나 춥게 느껴진다. 점심 생각도 들지 않아 1시를 넘겨 책을 읽다가 카페를 나섰다. # 오후에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방센느 숲을 가보고 싶어졌다. 카페와 비스트로마다 사람들이 들어차 있는 파리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으리라. 이전에 불로뉴 숲을 갔으니 오늘은 방센느 숲을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도를 보니 방센느 숲 북쪽으로 방센느 성이 있어서 일단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파업 때문이겠지만 RER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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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의 일기: 헤퓌블리크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9. 19:27
# 오전에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카페를 나와 향한 곳은 무프타흐 시장의 Fournil de Mouffetard라는 빵집이다. 평소에 가장 자주 찾는 빵집이기도 하다.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피자를 조금 샀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어디라도 나들이를 가면 좋으련만, 몸이 좋지 않아 기숙사에서 낮잠에 들었다. 눈을 뜬 뒤 창문 밖을 보니 여전히 하늘이 맑았고 비행운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오후에는 학교에 머무르며 논문을 읽었다. # 늦은 오후 기숙사를 나서 버스를 타러 생테티엔 뒤몽 성당 방면으로 이동했다. 버스정류소의 전광판을 보니 운행이 중단된 노선이 있는 것으로 보아 파업은 현재진행형인 모양이다. 메트로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바로 근처의 꺄흐디날 르무안(Cardinal Lemoine) 역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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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의 일기: 몰리에르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8. 19:38
# 오늘 아침은 로라(L)와 예정된 약속이 있었다. 아침 열 시 로비(l'Aqua)에서 만나 에흐네스 정원으로 이동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L은 한국어를 배우는 이곳 학생으로 학교를 통해 알게 되었고 자유롭게 언어 교환을 하기로 했다. L은 이곳에서는 문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처음 한글을 알게 되면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곳에서 두어 개 한국어 강의가 개설되기는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학생이 있다는 말을 듣고 조금 신기했었다. 아무래도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아직까지 중국이나 일본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어 수업이나 일본어 수업은 다른 유럽언어들과 비슷한 비중으로 강의가 개설된다. 한글은 배우는 게 매우 쉽지만 한국어는 그렇지가 않다. L과 프랑스어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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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의 일기: 증명의 연속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7. 17:29
# 어제 일찍 잠이 들었더니 아침에 일찍 눈을 떴다. 내 방은 학교가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다. 밖을 보면 학교의 중앙 현관은 24시간 불이 켜져 있고 새벽시간을 제외하면 늘상 학생들이 왕래한다. 밖을 내다보니 아직 어둑어둑한데 운동복 차림의 여학생 두 명이 경쾌하게 중앙 현관을 나선다. 아마 체육 동아리에 속해 있거나, 서로 약속을 잡아 이른 아침부터 조깅을 하는 것 같다. 파리에는 특히나 오전에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나도 세면을 한 다음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서는 매주 실시되는 퀴즈를 위해 지난 주 읽어두었던 논문들을 다시 한 번 읽었다. # 어제 파리 우안 일대를 걸으면서 느낀 거지만, 파리 시내를 오가다보면 거대한 시간 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에펠탑처럼 벨 에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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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의 일기: 좌안에서 우안으로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6. 19:46
# 아침에 늦잠을 자고 오전에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오후에 있을 발표 스크립트를 짰다. 점심에는 식당에서 다시 Z와 마주쳤다. 밥을 먹으면서 프랑스어로 얘기를 했다. 중국에서 불문학으로 석사까지 하고 온 Z에 비해 내 프랑스어 실력은 형편없지만, Z는 그런 대로 재밌다는 듯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Z는 오늘 수업은 없지만 도서관에서 공부하러 윔 가에 와 있다고 했는데, 나는 오후 수업을 위해 인사를 하고 학교를 나섰다. 6구에서 열리는 오늘 오후 수업은 보통 센 강까지 나가는 27번 버스를 타고 간다. 하지만 오늘따라 버스 배차가 늦어지는 것 같아, 다른 노선을 이용해 소르본 대학으로 나간 다음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오데옹 역이 나타나는 지점에서부터는 생제르맹 거리를 따라 쭉 걸었다. 눈에 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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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의 일기: 파도 치듯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6. 00:18
# 종종 일찍 준비를 시작하고서도 예정된 시각에 늦는 경우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아침잠이 많아 아침에 빠듯하게 움직이는 편이긴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움직였는데도 수업에 늦었다. 원래는 아침 수업이 있을 때 21번 버스를 타고 14구로 이동하지만, 오늘은 부랴부랴 RER을 타고 시테 유니벡시테로 갔다. 걷는 거리가 늘어나긴 해도 지하철이 버스보다는 확실히 빠르기 때문이다. 오늘 부로 두 번째 교수가 수업을 이어 받는 노동경제학 수업은 '실업급여'가 주제였다. 실업급여와 소득대체율의 관계를 설명할 때,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조건으로 적정한 소득수준은 얼마인가, 가 핵심적인 질문이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소득 상한액을 초과하여 일을 하는 사람은 근로의욕이 낮아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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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의 일기: 물 흐르듯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5. 00:55
# 다시 한 주가 시작하면서 아침에 학교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카페테리아에 가기 전에 잠시 기숙사 사무실에 들러 1월 기숙사비를 냈다. 1월 중순에 도착했기 때문에 한달치 비용을 다 지불하진 않지만, 다음달부터는 매달 350유로씩 나가게 된다. 파리의 엄청난 거주비를 고려해도 그렇지만, 서울과 비교해도 비싼 가격이라 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학교측에서 한 학기 등록금이 조금 넘는 금액의 장학금을 제공하겠다는 메일을 받아서 한시름 덜었다. 카페테리아는 무척 한산했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게임이론 과제를 마치고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카페테리아를 나와 택배보관소를 들렀다. 한국에서 온 택배가 있기 때문이다. 한사코 보내지 말라고 말씀 드렸건만, 먹을 거리를 싸서 택배를 보내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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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의 일기: 비행운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3. 18:51
# 이민자 2~3세대가 없는 오늘날의 프랑스 사회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만큼 프랑스 본토 바깥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프랑스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여기서 이민자 2~3세대라는 건 일반적으로 알제리에서 넘어온 마그레브 지역 사람들이나, 서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을 말한다. 인도나 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도 있지만, 전자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다. (인도나 동아시아에서 온 ‘학생’은 많이 보았다.) 이들 이민자 2~3세대이 종사하는 직종은 대개 계산원, 청소부, 판매원, 보모, 보안관, 사무보조, 운전기사 등 화이트칼라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미래에 쉽게 사라질 직업들도 아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보모나 청소부가 하는 일을 기계가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들 이민자 구성원이 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