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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말(Langage des fleurs)일상/book 2026. 4. 13. 23:20
앵글로색슨족 Anglo-Saxon이 세운 나라들에선 데이지를 '신의 미소sourire de Dieu', 혹은 '낮의 눈day's eye'이라 불렀고, 여기에서 데이지daisy라는 영어 이름이 유래했다 . ―p. 39 덩이줄기 식물인 베고니아는 남아메리카와 앤틸리스제도에서 유래했다.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으로 건너와 신중함과 조심스러움의 상징이 되었고, 그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베고니아는 북한의 상징으로 평화와 정의, 사랑을 뜻한다. 46세 생일을 맞은 김정일을 위해 '김정일화'라는 교배종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p.73 수련을 뜻하는 프랑스어 네뉘파르nénuphar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이집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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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하다는 것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6. 4. 7. 20:23
정상[정:상] (正常)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항상 무탈하게 살 수만은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무탈한 삶을 바란다. 무탈하다는 것의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을 탈로 여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돈버는 직업을 갖지 못한 것을 탈로 여기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좋은 동네에 집을 사지 못한 것을 탈로 여기기도 하고, 훌륭한 인맥을 갖지 못한 것을 탈로 여기기도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외모가 부족한 것을 탈로 여기기도 한다. 물론 많고 적음, 좋고 나쁨, 아름다움과 추함의 기준 또한 사람마다 천차만별인지라 그 안에서도 지루한 구별짓기가 이루어지지만, 그런 미시적인 관점에서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자면 사람들이 선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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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쉬어가는 이야기여행/2026 雨水 진안 2026. 3. 31. 10:41
봄기운을 사나흘 남짓 즐겼을까 주말새 망울을 터뜨린 매화와 개나리, 목련을 보면서 벌써 봄이 떠나가는 듯한 아쉬움을 느낀다. 진안의 산머리는 지금쯤 어떤 빛을 띄고 있을까. 부귀의 메타세콰이어에는 새순이 올라오고 있을까. 그곳 밭은 지금쯤 한 해 동안 자라날 농작물을 심는 일로 분주할까.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간다. 그래서 방향감각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도시 속 사람과 사람, 시간과 시간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은 팽팽하게 묶여 있지만,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가냘프고 위태롭다. 이 거대한 정주(定住) 공간 안에서 정작 나와 단단히 연결되고 결속된 걸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조금은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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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일상/book 2026. 3. 30. 08:37
깃털은 알면 알수록 경이롭다.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손톱과 마찬가지로 케라틴이라는 단단한 단백질 물질로 만들어진 깃털은 일반적으로 중앙의 깃대와 그 양쪽에서 뻗어 나오는 평평한 날개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날개판은 빳빳한 종이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날개판은 길고 가는 깃가지로 구성되며, 각 깃가지는 다시 작은 깃가지로 나뉜다. 작은 깃가지 끝에는 작은 갈고리가 있어 서로 맞물리며 날개판 표면을 고정한다. 날개판은 서로 쉽게 떼어지기도 하고, 갈고리 덕분에 금세 하나로 다시 붙기도 한다. 놀랍도록 가벼우면서도, 깃털 중 가장 긴 날개깃이나 꽁지깃은 펠리컨이나 독수리와 같은 거대한 새를 공중으로 들어 올릴 만큼 튼튼하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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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臨死, Near Death)일상/film 2026. 3. 24. 19:07
꼭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상영관에서 보기에는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 LaCinetek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시청한 영화. 프레데릭 와이즈먼의 영화를 구비해 놓은 스트리밍 플랫폼도 몇 군데 되지 않아 프랑스 업체에서 구독을 했더니, 인물들의 대화는 영어로 나오고 자막으로는 프랑스어가 나온다. 임종에 가까워진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문제는 의료 기술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 인간이 삶을 끝내는 것에 관한 실존적 문제이기도 하다. 의료진은 환자의 고통에 관해서, 그 고통을 경감하는 의료기술의 효과에 관해서 열띠게 얘기하고 가끔은 허탈하게 웃어 보인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죽어가는 이를 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만, 그 방법은 그 어느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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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마음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6. 3. 22. 12:34
프랑스 사람 두 명이 내가 사는 곳에 놀러왔다. BTS 공연으로 광화문의 교통이 통제되던 날이었다. 내게 집들이 선물로 식물을 사오면 되겠느냐고 했지만, 나는 식물을 대신해 노트를 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노트 여러권에 필기구까지 한 보따리를 가지고 왔다. C’와 C는 지난번 C의 집들이 이후로는 4개월만, 서로를 처음 알게 된지는 햇수로 5년이다. 처음 만날 때 이렇게 길게 이어질 인연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참 신기한 일이다. 심지어 C’는 코로나 시국에 원격 수업으로 처음 알게 되었으니, 화면 속 만남이 실제 인연으로 이어진 셈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강아지를 키우는 일, 가족과 연인에 대한 이야기, 극우 청년이 살해된 사건과 최근 프랑스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과거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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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하는 음악(Time's Echo)일상/book 2026. 3. 12. 14:49
……철학자 한스 마이어호프는 이렇게 말했다. "앞선 세대는 우리보다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이 훨씬 적었지만, 어쩌면 과거에 대한 정체성과 연속성은 훨씬 더 크게 느꼈다. 그래서 이 책은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다. 첫째, 아우슈비츠로 대표되는 도덕적 실존적 파열을 겪은 지 한참이 지났고, 온갖 디지털 기기로 세상이 어지럽고, 역사의 지식이 역사에 관한 정보로 대체된 지금, 어떻게 하면 우리는 과거와의 연결을 여전히 알고 기리고 추억하고 느끼게 될까, 쉽게 말해 과거의 존재를 껴안고 살게 될까? 두 번째 질문은 이것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이다. 미술과 음악 작품이 자주 주변으로 내몰리거나 떠받들어지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는 이런 작품을 역사에 돌려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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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에서 마루까지―마곡과 북악주제 없는 글/印 2026. 3. 11. 20:24
마곡에는 한 쌍의 곰이 산다. 분홍색 커다란 곰은 엄마 또는 아빠인 듯하고 다른 연보라색 곰은 아기인 모양이다. 베를린에서 날아온 듯한 이 한 쌍의 곰은 커다란 공원의 남쪽 입구에 살기도 하고, 북쪽 입구에 살고 있기도 하다. 남쪽 곰들은 시소를 타고 있는데 몸집이 큰 녀석이 앉은 자리가 들려 있고 아기가 앉은 자리가 내려가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 한편 북쪽 곰들은 호기심 가득한 몸짓으로 식물원 안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 곰이 살 것 같지 않은 열대지방, 또는 지중해 식물이 가득한 온실 내부를 바라보는 곰의 모습 또한 보는 재미가 있다. 역사박물관 옥상에는 중앙정부청사와 경복궁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 있다. 그 위에 올라가면 가까이로는 널따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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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쟁인가 (Warum Krieg?)주제 있는 글/<Portada> 2026. 3. 10. 15:02
« Pourquoi la guerre ? » : ce que les penseurs répondent à cette question déchirantePar Pascal RichéPublié le 10 janvier 2026 à 06h00, modifié le 10 janvier 2026 à 13h54[기사 본문에서 일부 발췌] ENQUÊTE Depuis la boucherie de 1914-1918, les philosophes ne cessent de s’interroger sur les raisons pour lesquelles ce fléau frappe si souvent l’humanité. Pulsion irrépressible des humains ou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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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야기여행/2026 雨水 진안 2026. 3. 9. 07:32
(정작 마이산과 라제통문 사진이 빠진 여행기록)# 아스라한 빛 전날 탑사를 가기 위해 탑영제를 거쳐야 했지만, 잠을 자는 곳은 정반대인 사양제 일대로 정했다. 계절이 비수기이니 만큼 평소보다 낮은 금액에 방 하나를 잡을 수 있었다. 풀어놓을 짐이랄 것도 없었지만 짐을 방으로 옮기기 전 잠시 사영제 둑방에 올랐다. 이제 막 해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는 시간이었다. 사영제 너머 땅거미 진 하늘 아래 한 쌍의 봉우리가 아스라히 자갈색(紫褐色)으로 잔영(殘影)을 머금었다. 사실 그것은 정확하게는 두 쌍이었다. 이튿날 저수지 위 산책로를 걸으며 보았을 때, 데칼코마니를 본뜬 것처럼 물에 비친 다른 한 쌍의 봉우리가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