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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기록 : 시월의 어느날주제 없는 글/印 2026. 10. 25. 15:23
# 지난 겨울 벌크로 사두었던 필름 하나를 꺼내 사진을 찍었는데, 더운 여름을 나는 동안 필름이 상한 것인지 현상을 하고 나니 초반부 사진이 영 형편 없었다. 필름 카메라는 찍는 재미가 있다가도 결과물에 따라 흥미를 잃기도 한다. 늘 찾는 충무로 현상관이 접수를 마감하기 직전에 필름을 맡길 수 있었다. # 광화문 일대를 참 좋아하면서도 못가본 곳이 있으니, 시청 옆 호텔 곁에 자리한 환구단이다. 조카의 돌 선물을 사러 근처 백화점에 들른 어느 날, 소공동을 빠져나오는 길에 환구단을 들렀다. 시청 바로 앞인데도 유난히 응달진 것처럼 내 눈에 띄지 않던 이 장소는, 내 시야에서만 빗겨난 것은 아닌지 인적 없이 고요했다. # 시월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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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화난 이유주제 있는 글/<Portada> 2026. 10. 15. 18:23
« Parcoursup cristallise les angoisses de la jeunesse vis-à-vis d’un futur qui leur paraît de plus en plus confisqué » Alors que la mobilisation des lycéens se poursuit, et que la plateforme d’orientation post-bac est très décriée dans les cortèges, la sociologue Annabelle Allouch analyse, dans un entretien au « Monde », les ressorts d’un malaise profond face à la promesse républicaine. Propos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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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Oiseau)주제 있는 글/Théâtre。 2026. 10. 13. 10:56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하는 낭독회를 보고 왔다. 줄리 델리케(Julie Deliquet)라는 연출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이혜영이 나온다는 사실에 예매를 했고, 예매도 쉽지 않아서 예매대기를 걸어놓은 이후에야 간신히 표를 구했다. 이혜영 배우는 명동 예술극장에서 를 상연할 때 본 적이 있었지만, 이자벨 위페르는 영화 속에서 본 게 전부였기 때문에 이자벨 위페르가 맨 먼저 무대 위에 나타날 때 영화 속에서 보았던 낯익은 동작과 표정에 반가움을 느꼈다. 일흔을 넘긴 이자벨 위페르는 나이듦에 따라 앙상해지고 이날따라 유난히 화장을 짙게 한 느낌도 있었지만, 여전히 카리스마 있고 낭독회가 끝난 후 관객과의 대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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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凝視)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6. 10. 11. 09:26
얼마 전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데리고 있던 M에게서 연락이 왔다. 약속을 잡으려 날을 고르다보니 11월까지 달이 넘어갔고, 불현듯 벌써 연말 약속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해 그렇듯 한 해가 내 안에 어떤 나이테를 남겼는지도 모르는 사이 훌쩍 건너가 버린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영원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에 안도할 때도 있다. 나는 평소 적잖이 실패를 겪은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올해 경험했던 사건은 그간의 부침(浮沈)과는 차원이 달랐고 세상에 대해서도 좀 더 겸손해지게 되었다. 어디서 읽었던 구절이었던가, 애초 이 세상이 내게 주기로 되어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저 인간이 원하고 바라기 때문에 세상에 원망을 품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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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일상/film 2026. 10. 9. 21:27
햇살이 따사롭던 어느 가을날, 즉흥적으로 약속을 잡고 광화문의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의 영화를 보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처음 본 건 고등학교 시절 수업 중에 봤던 .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가 성장해 나가는 침침하면서도 담담한 이야기는 기억에 깊이 남았고, 이후 20대 중반 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 를 차례차례 보았다. 2018년 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로는 한 동안 그의 작품을 본 적이 없다가 오랜만에 본 것이다. 국내에 팬이 많은 감독답게 상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관에는 많은 사람이 찾았다. 기존 애니메이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다소 개연성이 부족해보이는 영화 후반부가 아쉬웠던 점을 빼면, 두 여중생이 우정과 꿈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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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끝의 버섯일상/book 2026. 10. 6. 18:32
우리는 날마다 불안정성에 관한 뉴스를 접한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고, 일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어 분노하는 사람도 있다. 고릴라와 민물알락돌고래는 멸종 위기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태평양군도 전체가 물에 잠긴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는 이런 불안정성을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서 예외적 상황이라 여긴다. 불안정성은 체계에서 '예외'라고 말이다. 그런데 만약 불안정성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 시대의 조건이라면 어떨까? 아니, 달리 말해서 우리 시대가 불안정성을 인지할 단계에 이른 것이라면 어떨까? 불안정성과 불확정성, 또 우리가 사소하게 여기는 무언가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체계성의 중심을 이루는 것들이라면? ―p.51 배치assemblage는 유용한 개념이다. 생태학자는 때로 고정되고 제한된 함의를 갖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