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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부고주제 없는 글/印 2024. 4. 28. 20:08
하루는 엄마를 모시고 이천 산수유 축제에 다녀왔다. 일찍이 답사 차 이 지역을 들르면서 알게 된 행사로, 수도권에서는 가장 먼저 열리는 꽃축제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산수유(山茱萸)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나 자투리 공원에서 곧잘 보이곤 하지만, 봄의 대명사 벚꽃에 밀려 그 수수함조차 알아차리기 힘든 나무다. 개나리의 노랑, 올리브의 초록, 레몬의 노랑이 절묘하게 배합된 산수유꽃이 늦은 오후의 햇빛을 받아 헤아리기 어려운 색을 발하고 있었다. 사실 이날 산수유꽃의 색깔은 솔직히 도무지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았다. 정돈되지 않은 가로수길에는 행락객이 여념 없이 봄기운을 찾아 사진을 남기고 있었고, 길 옆 가판에는 버섯이며 들기름이며 장날처럼 물건을 팔러 나온 지역민들이 분주히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정오를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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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일상/book 2024. 4. 20. 11:24
아주 오랜만에 읽은 책이다. 연초 회사 동기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이렇게까지 독서를 길게 끌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 읽어야 할 페이지가 많이 남아 있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한 문장 몇 구를 갈무리해본다. 도시 사람들은 자연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자연보다 더 두려워 하는 것도 없다. 도시민들은 늘 '자연산'을 구하지만 벌레 먹은 소채에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자연에는 삶과 함께 죽음이 깃들어 있다. 도시민들은 그 죽음을 견디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처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철저하게 막아내려 한다. 그러나 죽음을 끌어안지 않는 삶은 없기에, 죽음을 막다보면 결과적으로 삶까지도 막아버린다. (p.21)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늘 성장통이란 말을 끄집어내게 된다. 그런데 합당한 말인가. 그 말이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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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 세상은일상/music 2024. 4. 11. 22:15
Toi, tu connais les sourires Qui me font danser tous les soirs Comme j'aime les jours qui tirent Vers de folles nuits qui se couchent tard Toi, tu danses comme tu respires Tu ne vas jamais me laisser m'asseoir Tu sais travestir le pire En un simple bonheur sans histoire Tu as l'air, de savoir faire Tout semble si facile pour toi Mon cœur serre, oui mes jambes foirent Mais toi, tu danses touj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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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마음주제 없는 글/Miscellaneous 2024. 3. 31. 11:28
# 다사다난했던 29일의 금요일 아침은 우중충한 날씨와 함께 시작됐다. 주초까지만 해도 이번 금요일 날씨는 맑음이었건만 월화수목 날을 거듭할수록 금요일의 일기예보가 나빠졌다. 심각한 황사와 미세먼지, 비 예보까지 겹친 것. 날씨에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만큼 아침부터 기분이 나빠진 건, 올해 들어 약 2개월 넘게 준비해 온 한 프로그램 기획 때문이었다. 첫 촬영일에 지금껏 본 적 없는 터무니 없는 날씨라니. # 저녁에는 생애 세 번째로 야구장을 찾았다. 스포츠 관람을 좋아하진 않지만, 들뜬 기분으로 일정을 고르는 친구들을 보며 빠지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우리가 예매한 자리는 경기장 중앙의 외곽, 두 팀의 경기와 응원전이 훤히 보이는 자리였다. 예보대로 오후가 되며 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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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의 해부(Anatomie d'une chute)일상/film 2024. 3. 16. 11:20
MARGE Quand un élément nous manque pour juger de quelque chose, et que ce manque est insupportable, la seule chose qu’on peut faire c’est décider. Pour sortir du doute, on est parfois obligé de décider de basculer d’un côté plutôt que de l’autre. ... Comme t’as besoin de croire à une chose, et qu’il y en a deux... tu dois choisir. "어떤 걸 판단하기 위한 근거가 부족하다면, 그리고 이를 견디기 어렵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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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서원(道東書院), 서사의 공백여행/2024 입춘 즈음 달구벌 2024. 3. 8. 20:50
요즈음 한동안 풀렸던 날씨가 다시 추워지면서 두 번째 겨울을 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내 안에서 굴러가던 시계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잠시 멈춰버린 것 같다. 그 사이 나는 주말을 껴서 부산과 포항으로 한 차례 출장을 다녀왔고, 마침 출장 전날밤 집에 난방이 작동하지 않은 까닭으로 지독한 감기몸살에 걸리고 말았다. 출장에서의 일정은 얼마나 빠듯했던지, 내가 여행하기 좋아했던 부산을 조금이라도 구경할 겨를이 없었다. 출장을 간 날은 더군다나 미세먼지가 자욱히 가라앉은 날이었고, 광안대교 위를 지나며 바라본 부산 해안가에는 몇 년사이 해안을 끼고 초고층 아파트가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직선으로만 완성된 획일적인 건물들을 보며, 어쩐지 이 도시가 싫어질 것 같았다. 잃어버린 일상의 방향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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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리(Écrits)주제 있는 글/Second Tongue 2024. 3. 3. 10:21
작년 세밑에 주문한 책 두 권이 도착했다. 1966년 숴이(Seuil) 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온 자크 라캉의 「에크리」와 2007년 영어로 완역된 브루스 핑크(Bruce Fink)의 「에크리」가 그것이다. 먼저 영역본이 도착했고, 프랑스어 원본이 도착하는 데는 시간도 두 배, 구매가격도 두 배가 들었다. 원래는 우리말로 번역된 「에크리」를 읽어보려다가, 한국어와 프랑스어가 서로 너무 다르기도 하고 원본을 읽으며 언어 공부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큰 맘 먹고 책을 "질렀다." 조금 읽어보면 영어가 프랑스어보다 잘 읽히는 건 어쩔 수 없다. 먼저 영어로 된 책을 읽고 맥락을 이해한 다음 프랑스어 책을 읽는 식인데, 대체로 어순이 비슷한 것 같다가도 낱말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른 경우가 있다. 라캉의 정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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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데바(Grand débat)주제 있는 글/<Portada> 2024. 2. 29. 20:52
Le Salon de l’agriculture, champ de bataille des élections européennes L’ambiance était tendue autour d’Emmanuel Macron, samedi matin, porte de Versailles, mais les manifestants hostiles et les cordons de CRS ne l’ont pas empêché d’improviser un débat, qui est aussi pour lui une manière d’installer un duel avec le RN. Par Nathalie Segaunes Publié hier à 05h33, modifié hier à 10h21 농업박람회, 유럽의회 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