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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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의 일기: 셰르부르(Cherbourg) 가는 길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30. 17:46
# 간밤에는 결국 베이유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사실 프랑스에 오기 전까지는 노르망디 지역에 이렇게 오게 될 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파리에서 멀지 않은 곳 중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노르망디 지역을 두 번째로 찾게 되었다. (첫 방문은 몽생미셸..) 파리를 벗어나 숙박하게 되면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게 된다. 어제도 잠들 때까지 텔레비전을 끄지 못하고 서너 시간 가까이 보든 안 보든 TV를 틀어놨다. 뉴스에는 마크롱의 대선 승리 이후 내각 구성 단계에서 멜랑숑을 비롯한 좌파 진영이 연합을 통해 얼마나 존재감을 과시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 경제 섹션에서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조명되었고, 국제 섹션에서는 단연 우크라이나 전쟁 얘기가 흘러나왔다. 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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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의 일기: 디데이(D-Day; Jour J)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30. 03:31
# 새벽 여섯 시쯤 눈을 떴을 때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생각에 잠겼다. 오늘 노르망디 지역을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새벽에 눈을 뜨니 가지 말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공부할 거리도 쌓여 있고—공부를 계속해도 좀처럼 공부량이 쌓이지 않는 기분이다—파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죄다 돈 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운 채로 곰곰히 저울질하다가 결국 기숙사를 나설 채비를 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 생각이 길어질 수록 좋은 일이 없다. 기숙사를 나와 27번 버스를 타고 생라자르 역으로 향했다. 학교 근처 길목에서 걸인에게 얼마 전 1유로를 준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나만 보면 유난히 아는 척을 한다. 기숙사를 나선 게 아침 여덟 시였나 꽤 이른 아침이었는데 벌써 고정좌석에 자리를 잡은 노년의 여성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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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의 일기: 변덕(變德)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28. 18:51
# 오전에 논문을 읽고 오후에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과제를 한 하루다. 이번 학기 두 번째로 맞이하는 바캉스는 지난 번 바캉스와는 다르게 학교가 유난히 한산한 느낌이다. 특히 기숙사가 조용해서 평소 시끌벅적하던 공용주방도 요새는 휑할 만큼 조용하고 식당도 배식대를 줄여서 운영하고 있다. 기숙사는 더더욱이 파리에 살지 않는 학생들 위주여서 학생들이 파리를 떠난 뒤에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 요즘 문화인류학 수업은 객원을 초대해 주제를 하나씩 다루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객원 발표자가 발표를 시작할 때 노트북을 보고 있던 나는 처음에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발표자가 언어장애(말더듬)가 있어서 한 발음에서 다음 발음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화법을 쓰고 있었는데 그 정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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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의 일기: 빈틈 두기(le mou)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28. 02:49
# 이번 주부터 2주간 바캉스가 시작되었다. 내 시간표는 일반적인 바캉스 일정과는 전혀 무관하게 운영되는 까닭에, 이번 주 바캉스가 시작되었음에도 어제 Z의 말을 듣고서야 학교가 두 번째 짧은(?) 바캉스에 돌입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인지 학교에 사람도 평소보다 적고 도서관도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유럽에서 온 많은 교환학생들은 바캉스 기간을 이용해 집에 다녀오기도 한다. 마침 부활절 기간이 끼어 있기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는 것이다. 유럽 곳곳이 철도로 잘 연결되어 있다보니 가능한 일이다. # 오늘도 영 몸이 좋지 않았다. 이곳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지, 그냥 환절기여서 비염 알러지가 도진 건지, 몇 주째 컨디션이 온전하지 않다. 오늘은 오한까지 들어서 점심도 거른 채 기숙사에서 쉬었다.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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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의 일기: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26. 21:39
# 늦은 오후 파리 북역으로 향했다. 원래는 당일치기로 아미앵(Amiens)이라도 다녀올까 생각했지만, 생각을 바꿔 파리 근교에 다녀오기로 했다. 랭스를 다녀올 때 동역을 이용했었고 아직까지 북역을 이용하는 건 처음인어서, RER B노선을 타고 북역을 도착한 뒤 조금 헤맸다. 북역은 복잡하기도 하고 더럽기도 하다. 지난 3개월 동안 RER B를 이용할 때도, 파리의 여러 구역들을 돌아다니면서도 위생에 크게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건만, 북역 앞 지린내는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 RER H 노선을 타고 생투앙로몬(Saint-Ouen-l’Aumône)에서 내렸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로 들어가려면 이곳에서 한 차례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맞은편 플랫폼으로 건너갔는데 울타리 아래로 도마뱀들이 여럿 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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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의 일기: 결선 투표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24. 20:50
# 일요일 아침 카페에서 페이퍼를 쓰다가 아무래도 어깨 근육이 뭉치는 느낌이 들어서 오전 열한 시 쯤 되어서 일찍 카페를 나왔다. 기숙사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뒤 급(?)조깅에 나섰다. 일단 고블랑(Les Gobelins)으로 이동했다. 길을 걷다보니 처음 보는 풍경인데 일요일 무프타흐 시장 일대에 벼룩시장이 섰다. S.P.A.M.이라는 문구가 천막마다 새겨진 것으로 보아 일종의 조합 같은 곳에서 여는 게 아닌가 추측할 뿐인데, 파는 물건들의 구성이 방브 벼룩시장과 비슷해서 잠시 혹했다. 일단 고블랑에 도착한 다음, 플라스 디탈리(Pl. d’Italie), 센 강, 식물원을 직사각형으로 주파하는 이전의 코스를 달렸다. 지난 번보다는 수월한 느낌이었다. 오늘은 프랑스 대선의 결선 투표가 진행되는 날이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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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의 일기: 건축기행—파리 북부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23. 17:21
오전에는 노동경제학 페이퍼를 어떻게 써야할지 요리조리 굴려보다가 오후에는 바람을 쐴 겸 밖으로 나섰다. 아직 루브르 박물관,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 모네 미술관, 팔레 드 도쿄 등등 가보지 못한 곳이 많지만, 오늘은 바깥 바람을 좀 쐬고 싶었다. 5호선을 타고 포흐트 드 펑탕(Pte de Pantin) 역에 내려 라빌레트 공원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장 누벨의 또 다른 건축물이 있는데 바로 파리 필하모니 콘서트홀이다. 이쪽 방면은 지난 번 랭스에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뭔가 독특한 현대 건축물이 있는 걸 보고 한 번 둘러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콘서트홀은 겉보기에도 매우 독특하게 생겼다. 전반적으로 매끄러운 건축물 정중앙에 마치 용암이 흘러내리듯 형체가 무너진 입이 헤 벌리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