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있는 글/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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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뒤피(Raoul Dufy) 展주제 있는 글/Arte。 2023. 6. 20. 18:03
라울 뒤피라는 동일 작가를 두고 우리나라 두 곳에서 전시가 이뤄진다는 뉴스를 보고, 하루는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 여의도로 향했다. 라울 뒤피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퐁피두 센터와 제휴된 전시회다. 특별전이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라울 뒤피의 특별전 입장료가 퐁피두 센터 입장료의 두 배가 되는 걸 보자니 우리나라 미술관의 비싼 입장료를 실감한다. 흔히 야수파로 분류되는 그의 작품들을 맨 처음 봤을 때 떠오르는 작가는 샤갈이다. 다채로운 색깔로 캔버스 위에 임의의 구획을 만든 뒤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 샤갈의 그것과 닮았다. 다만 라울 뒤피의 작품에서 사람은 좀 더 생략돼서 표현되는 경향이 있고, 자주 사용되는 소재(그의 활동무대이기도 했던 마르세유의 바다)도 샤갈과는 차이가 있다. 색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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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왓슨 展주제 있는 글/Arte。 2022. 12. 22. 11:01
지난 주부터 눈이 오락가락하면서 홀가분히 여행을 떠나기도 어려운 요즘, 2주 남짓 온전히 내게 주어진 자유 시간을 어떻게 써야 좋을지 고민스럽던 차에 우연히 TV의 문화코너에서 알버트 왓슨 전이 소개되고 있는 걸 보았다. 원래 알던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가 촬영한 몇몇 사진을 보니 미디어에서 자주 접했던 사진이 많아 전시회를 둘러볼 만하겠다고 생각했다. 전시회에 소개된 그의 작품은 다양했다. 패션잡지 보그의 사진작가로 명성을 쌓은 만큼 일단 프라다, 아르마니, 리바이스 등 유명브랜드를 연출한 사진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다음으로 유명인사의 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알프레드 히치콕, 스티브 잡스, 잭 니콜슨, 앤디 워홀, 나오미 캠벨 등의 사진이 있는데, 이들 사진들은 작가가 누군지는 몰랐어도 많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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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노 피셔 展주제 있는 글/Arte。 2022. 7. 30. 16:40
사진전을 보기 위해 아주 오래간만에 성곡 미술관을 찾았다. 사진전을 보는 것도 2년만의 일이다. 모처럼 찾은 경희궁 뒷길 역시 시간의 흐름을 비껴가지 못하고 제법 크고 작은 공사들이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미술관을 찾은 이날은 그야말로 장마 끝 찜통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다. 이 전시회는 TV의 문화 코너를 보고 알게 되었다. SNS를 하지 않는 나는 TV에서 접하는 자잘한 소식들을 눈여겨 봐두곤 한다. 이 사진전이 좀 더 눈길을 끌었던 건 '동베를린' 출신의 작가라는 점 때문이었다. 파리에서 한국으로의 귀국을 앞두고 있었을 때, 가장 가보고 싶었던 도시가 베를린이었다. 결국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보지는 못했지만 독일의 '베를린'은 늘 내게 어떤 종류의 감상을 불어넣는다. 깊은 역사적 상흔이 남아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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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쉘 바스키아©주제 있는 글/Arte。 2021. 2. 5. 12:21
앤디 워홀이 팝아트의 아이콘이듯, 장 미쉘 바스키아는 예술계에서 천재의 아이콘인 듯하다. 적어도 내 머릿속에서는 그렇다. 아무래도 장 미쉘 바스키아의 작품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요절한 비운의 천재’라는 수식어를 여기저기서 접했기 때문인 듯하다. 특히나 개념미술의 경우 작품을 차근차근 접해보지 않은 이상, 그 작가의 예술 세계를 ‘안다’고 하기가 쉽지 않다. 근래에 유에민쥔의 전시가 참 좋았어서 또 다른 전시가 있나 찾아보았더니 장 미쉘 바스키아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한 번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부지불식간이었고, 어떤 날짜를 골라 가느냐의 문제만이 남았다. 나름 사람이 적을 법한 날을 골라서 갔는데도 불구하고, 각 전시실에 2~3명이 고작이었던 유에민쥔 전에 비하면 성황리에 열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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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민쥔, 한 시대를 웃다! 展주제 있는 글/Arte。 2021. 1. 15. 00:36
동양의 수묵화나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絵)에 해박하지도 않은 내가 아시아의 현대미술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게 2011년 여름 즈음의 일이다. 거의 졸업을 앞두었을 때 예술경영 수업에서 우연한 기회에 중국미술시장을 발표 주제로 잡았고, 차이나 아방가르드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유에민쥔—또는 웨민쥔이라고도 하는데 3음절의 중국어 ‘岳敏君; yue minjun’에서 왔다—은 이때 처음 접한 작가다. 20세기 후반부터 현대미술에서 주목받은 예술적 흐름으로 네 곳 정도가 꼽히는데, 이들이 바로 영국의 yBa(이에 관해서는 '피터 도이그' 포스팅에서 잠시 언급한 바 있다)와 독일의 라히프치히 스쿨(이에 관해서는 영화 포스팅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를 통해 잠시 언급한 바 있다), 인도의 현대미술, 그리고 차이나 아방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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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루스트와 베이컨주제 있는 글/Arte。 2021. 1. 6. 20:12
프랜시스 베이컨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 질서정연함이나 합리성으로부터 온갖 종용을 받는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 같다. 모든 게 제 위치에 놓여 있지 않고 뒤죽박죽 난도질되어 있다. 색도 마음에 드는 톤의 빨강이다. 그래서 평소 프랜시스 베이컨에 대한 글을 하나 남기고 싶었는데, 좋아하는 작가여서인지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어느 한 서점의 화집 코너에 들렀다. 그리고 비닐로 꽁꽁 포장되지 않은 덕에 마음 편히 펼쳐볼 수 있는 화집들을 뒤적이다가 제라르 갸루스트—Gérard Garouste, 한국어로 이렇게 옮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의 그림을 접했다. 그리고 그의 그림에서 순간적으로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실루엣이 보였다. 다음으로는 어찌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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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사진 展주제 있는 글/Arte。 2020. 7. 17. 02:38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 밤이 되면 소파에 앉아 심드렁하게 TV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본가에서 보내는 일요일 밤은 늘 무언가를 하기에 애매한 시간이다. 그런데 뉴스 막간에 쏠쏠한 문화소식이 실려 있다. 이번 주는 이 소개된다. 휴가를 낸 수요일 오후, 냉장고처럼 에어컨을 튼 파란 버스를 타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한다. 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이 세 번째라는데, 그러고 보면 내가 사진전을 본 적이 있기는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본 적이야 있었을 테지만, 아마 이 정도로 큰 규모로 열리는 전시회는 처음이다. 정류장에서 내려 냉면 한 사발을 비우고 난 뒤에야, 샹젤리제 풍으로 가지치기된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을 따라 한가람 미술관으로 향한다. 한여름 반포대로의 가로수는 특히 근사하다.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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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의 한국미술주제 있는 글/Arte。 2020. 5. 25. 00:35
가뭄에 단비 오듯 모처럼 전시회가 열렸다. 그것도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귀중한 현대미술품이 모였다. 오후 반차를 낸 어느 날 갤러리 현대 개관 50주년 展에 다녀왔다. 우리나라 미술 전시회를 여러번 다녀봤어도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이만큼 공개된 장소에 가는 건 처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전시회를 보겠다고 따로 휴가를 낸 것은 아니고, 휴가를 낸 겸해서 마침 전시회가 생각나 화랑(畵廊)이 있는 사간동으로 향했다. 삼청동과 인사동, 사간동이 만나는 안국역에 내린 게 참 오랜만의 일이다. 직장인들이 퇴근하기 이전인 평일 오후인데도 제법 대기줄이 있어서 30분 가량 밖에서 입장을 기다렸다. 나는 2층이 한가하다는 직원의 안내대로 2층을 먼저 들렀다. 입구의 오른 모서리로 돌면 가장 먼저 시선에 들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