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4 함박눈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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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곳에 서서여행/2024 함박눈 공주 2024. 1. 12. 13:26
이번 공주 여행에서 가장 와보고 싶었던 곳은 사실 외진 곳에 자리잡은 한 카페였다. 나는 지도를 보고 빨리 정보를 파악하는 편인데, 이 카페라면 딱 내가 좋아할 만한 곳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비가 숨어살며 복을 누린다'는 카페이름의 숨은뜻까지도 마음에 든다. 가끔은 마음에 드는 카페 한 곳을 가보고 싶다는 그런 미친 생각으로 먼 길을 떠나기도 한다. 우리의 삶이 대체로 불가해하듯이.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산자락에 위치한 이곳 카페는 차량을 이용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카페 맞은 편 작은 절벽에는 저녁에 가까워진 햇살이 헐벗은 나뭇가지에 찌를 듯이 내리꽂힌다. 늘 시원한 음료를 찾는 나는, 조금 전까지의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실내에 들어서자 이내 자동적으로 차가운 음료를 주문했다. 짧은 시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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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강을 따라여행/2024 함박눈 공주 2024. 1. 11. 19:48
공주는 작년 여름 수해를 크게 입은 지역 중 하나다. 수해는 유적지도 빗겨가지 않아서 공산성 역시 물에 잠기는 불상사를 피하지 못했다. 다행히 무령왕릉 매표소에서 확인해보니 공산성도 둘러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서 무령왕릉 다음으로는 공산성을 가보기로 했다. 성(城)의 서문이자 정문인 금서루에 도착하자, 가파른 비탈 아래로 마흔세 개에 달하는 공적비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입구에서 회전교차로 쪽을 바라보면 가운데에는 무령왕의 거대한 동상이 있고, 그 뒤로는 무령왕릉을 닮은 아치형 관문이 서 있다. 원래는 공산정을 출발점으로 시계 방향으로 성벽을 따라 걸으려 했지만, 공사구간이 있어 반시계 방향으로 성벽을 걸었다. 부소산성과는 다른 걷는 재미가 있고, 방위체계에 따라 성의 동쪽에는 청룡 깃발이, 서쪽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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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됨의 새로움여행/2024 함박눈 공주 2024. 1. 10. 23:01
즉흥적으로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 이번에는 공주다. 공주는 개인적으로 낯설지 않은 도시지만 한번도 여행을 위해 들른 적은 없는 곳이다. 근래에 제민천 일대를 중심으로 도시 재생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들어서, 백제의 옛 수도가 아닌 새로운 도시공간으로서 공주를 찾게 되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첫 공주 여행이었던 만큼 유적지를 주로 둘러보게 되었지만. 이동수단은 KTX 산천. 내가 탄 열차는 익산에서 여수와 목포로 분기하는 열차였다. 내 자리는 오른쪽 창가석이었고 시야가 탁 트인 창문 바로 옆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다.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는 용산역에서 잠시 정차한 뒤 한강철교에 올라선다. 그러면 저 먼 발치에서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강철교를 건널 때마다 항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