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9 중국 西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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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종루(鐘樓)와 회족거리(回民街), 중심(中心) 같은 변방(邊方)에 서서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6. 1. 14:32
시안 외곽에서 시안 시내로 진입하는 길은 주말답게도 심한 교통정체 상태였고, 우리가 탄 버스는 거북이걸음으로 느릿느릿 옆 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곤 했다. 버스의 종착점인 롱하이(陇海) 호텔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약간 지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어서 종루를 가기로 결심. 우커우뤼(五口路) 역에서 종루 역까지는 지하철로 불과 두 정거장 거리지만 한 번 환승을 해야했다.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도보로 종루까지 이동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과욕이었는지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를 가는 데 두 시간 가까이 허비한 것 같다. 종루 일대는 과연 듣던 대로 대단히 번화했다. 높은 빌딩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종류의 상점이 즐비하고 분주히 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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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화청지(华清宫), 당대(唐代)와 근대(近代)의 스토리가 혼재된 공간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5. 30. 00:31
병마용갱을 빠져나오는 길은 약간 용두사미와 같아서 아쉬움을 남겼다. 병마용갱의 출구는 엄청난 상점가였는데, 버거킹에서부터 KFC, 맥도날드에 이르는 패스트푸드점은 물론이고 아이스 커피 때문에 찾고 있던 스타벅스까지 있었다. 이런 위화감을 뭐라해야 할지. 자본주의의 침투가 남긴 일상적 풍경이라는 상투적 표현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고, 어쩐지 병마용갱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의미에 생채기가 난 것 같은 씁쓸함이 느껴졌다. 글로벌 기업의 선전을 힐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조화스러움에 대한 반응을 뭐라 해야 할지...게다가 관광지 특유의 천편일률적인 상품들—비앙비앙면과 병마용갱의 시그니처라 할 만한 작은 조각들—까지 어수선한 느낌마저 들었다. 스타벅스를 들르는 것은 생략하고—상점가가 꽤 길어서 스타벅스를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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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병마용갱(兵馬俑坑), 불멸(不滅)과 허영(虛榮) 사이에서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5. 19. 00:01
이날은 숙소가 시안역에서 가깝다는 점이 장점으로 크게 작용한 날이다. 숙소를 나선지 채 5분이 안 되어 시안역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버스 정류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진시황릉 방면을 오가는 버스가 수시로 오간다고 하더니 과연 버스 정류장 초입에 우리가 찾던 306번 버스가 이미 대기중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올라타니 곧바로 출발한다;;(이렇게 시간손실을 최소화할 때 기분 매우 좋음*ㅡ*, 그러고선 딴 데서 까먹지만..) 정류소를 빠져나온 버스는 역에 면한 시안성벽을 북으로 나온 뒤 서쪽으로 순환로를 탄다. 이후 북으로 방향을 튼 버스는 얼마간 시간이 지나 유유히 국도에 진입했다. 병마용은 언젠가 한 번 꼭!!! 한 번 오고 싶었던 곳이었다. 첫째, 천하를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이 자신의 무덤을 지키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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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화산(华山; Huà Shān), 내려가는 길도 두들겨보며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5. 11. 22:48
화산에 체류한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하나의 글로 산행에 관한 기록을 다 남기기가 어려워 후반부 산행을 두 번째 글에 따로 남겨본다. 서봉~남봉~동봉을 시계 방향으로 쭈욱 돈 다음, 북쪽 방면으로 시계의 추처럼 뚝 떨어져 있는 북봉으로 향했다. 서봉, 남봉, 동봉, 북봉은 차례대로 각각 연화봉(蓮花峰), 낙안봉(落雁峰), 조양봉(朝陽峰), 운대봉(雲臺峰)이라는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 다른 지역, 다른 나라, 다른 대륙을 여행할 때면 우리나라와 다른 큰 차이점보다는 사소한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 한중일은 똑같이 한자 문화권에 있지만 한자의 쓰임새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지명(地名)에도 그런 차이가 드러나는 것 같다. 중국의 지명은 대체로 단순한 한자―베이징(北京), 난징(南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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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화산(华山; Huà Shān), 오악(五岳) 중 제일 높은 것은 화산이라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5. 6. 16:38
이른 아침 향한 곳은 시안북역이다. 역이라는 명칭이 부족할 만큼 차라리 소규모 공항에 가까운 크기다. 우리는 코앞에서 기차를 놓쳤기 때문에 한 시간 후에 있는 또 다른 기차가 오기까지 카페에서 카페인을 충전하며 시간을 보냈다. 맨 처음에는 고속철에서 가까운 큰산이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화산북역이라는 역이 있어서 산에 가기가 수월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산은 산인지라, 말이 역에서 가깝지 역에서 내린 후에 두 차례나 버스를 타야 한다. 첫 번째는 시영(市營) 버스를 타야 하는데 시안북역 광장의 끄트머리에 정류소가 있고 수시로 버스가 오간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버스가 화산북역~화산입구간을 연결하기는 하지만 노선이 약간 달라서 훨씬 우회하는 노선이 있었다) 화산입구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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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대안탑(大雁塔; Dàyàn tǎ), 삼장법사의 숨결이 깃든 곳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4. 14. 00:27
시안의 봄은 따듯했다. 오전에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한 뒤, 숙소에 짐을 풀고 향한 곳은 대안탑이었다. 우리가 머무른 곳은 시안 기차역 코앞에 자리잡은 호텔로, 이곳을 시안 여행의 거점으로 정한 것은 단지 교통이 사통팔달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시안 기차역을 이용할 일은 한 번도 없었거니와, 여행 3일차 병마용갱을 갈 때 역앞 버스정류소를 이용한 게 유용한 정도였다. 4호선이 시안 기차역을 경유하기는 하지만 정차하지는 않기 때문에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한 정거장 거리의 오로구(五路口) 역이었다. 일반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시안의 시내라 할 수 있는 종루(鐘樓) 일대에 숙소를 잡는데, 이곳 역시 교통이 좋기는 해도 회족(回族) 거리를 제외하면 다른 여행지와 접근성이 좋은 것 같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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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실크로드의 재구성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3. 25. 19:40
시안 기차역을 바라보며 겨울냄새도 옅어져가는 꽃샘추위 속에 봄이 오기는 오려나 싶은 서울의 3월. 타클라마칸 사막과 고비 사막이 밀어낸 황야(荒野)의 열기가 머물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 시안은 자리하고 있었다. 과일이 싱그럽고 두툼한 바람막이도 거추장스러웠던 이곳은 서울보다 약간 낮은 위도에 자리잡은 내륙도시로, 친링(秦鈴)산맥이 내어준 해발 400m의 완만한 산자락을 위하(渭河)가 에워싸고 있는 요새(要塞)이기도 하다. 실로 시안의 관문인 셴양(咸陽) 공항은 위하 물줄기 너머 시안의 북서쪽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시안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수문장을 거쳐야만 한다. 교통수단의 속도가 물리적 거리를 능가하는 오늘날이라고는 하나, 약간의 우회(迂廻)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도시, 시안(西安).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