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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화산(华山; Huà Shān), 내려가는 길도 두들겨보며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5. 11. 22:48
북봉이 보이기 시작! 북봉 방면으로 #1 북봉 방면으로 #2 화산에 체류한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하나의 글로 산행에 관한 기록을 다 남기기가 어려워 후반부 산행을 두 번째 글에 따로 남겨본다. 서봉~남봉~동봉을 시계 방향으로 쭈욱 돈 다음, 북쪽 방면으로 시계의 추처럼 뚝 떨어져 있는 북봉으로 향했다. 서봉, 남봉, 동봉, 북봉은 차례대로 각각 연화봉(蓮花峰), 낙안봉(落雁峰), 조양봉(朝陽峰), 운대봉(雲臺峰)이라는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
다른 지역, 다른 나라, 다른 대륙을 여행할 때면 우리나라와 다른 큰 차이점보다는 사소한 차이점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 한중일은 똑같이 한자 문화권에 있지만 한자의 쓰임새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지명(地名)에도 그런 차이가 드러나는 것 같다. 중국의 지명은 대체로 단순한 한자―베이징(北京), 난징(南京), 상하이(上海), 그리고 화산(華山)처럼―를 쓰다보니, 직관적인 느낌도 있고 도가적(道家的)인 느낌(?)까지 든다. 동서남북에 위치한 각각의 봉우리가 가진 원래 이름도 그러하다. 이에 비해 설악산(雪嶽山), 금강산(金剛山), 지리산(智異山), 백두산(白頭山), 한라산(漢拏山) 등 우리나라에 이름난 지명들은 직관적이지는 않지만 좀 더 점잖은(?) 느낌이다. 한편 일본에서 즐겨 쓰는 한자는 이와는 또 다른 느낌. 후쿠오카(福岡), 오사카(大坂), 나고야(名古屋) 등등.
어떻게 뿌리를 내렸는지 신기한 소나무 북동 방면으로 일월암에서 / 저 큰 바위 안에 암자가 있다 여하간 워낙 가파른 산이다보니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가 않았다. 녹지 않고 남아 있는 눈 때문에도 걷기가 더 어려웠다. 또 한 가지 신기하다고 느낀 점은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지표(指標)가 될 만한 리본이 온데간데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는 산악회나 지자체에서 리본을 다는데 말이다. 대신 이곳에는 산의 주요지점마다 소원을 빌며 묶어 놓은 새빨간 끈들이 많이 보인다. 북봉에 이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케이블카를 탄 시간을 빼고 산 위에서 머무른 시간만 놓고 보면 네 시간 남짓 되었을까.
다시 화산 밖으로 나가기까지가 일이다. 들어올 때와는 반대 순서로, 먼저 하산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출입구까지 수송해주는 셔틀버스를 타고, 끝으로 고속철과 환승할 화산북역까지 바래다주는 시영 버스를 타야 했다. 시영버스는 오전에 하차했던 곳과 동일한 지점에서 탔는데, 가장 빨리 출발할 것 같은 차를 탄다는 게 오전과는 다른 노선의 버스를 탔던 모양이다. 마침 하교시간이었던 건지 버스 안에 아이들이 많았다.
북봉에 이르러 몇 년을 버텨왔는지 알 수 없는 고목(枯木) 북봉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숙소 인근까지 아예 돌아와서 마음 편히 저녁식사를 했다. 전날 향신료가 너무 강한 양고기 요리를 먹은 데다, 당일 점심에 마찬가지로 향신료가 너무 강한 비앙비앙면을 먹었기 때문에, 저녁음식으로는 한국식 돼지갈비를 먹었다. 대형 몰에 입점해 있는 가게였는데, 완전히 한국 컨셉으로 내부가 꾸며져 있었고, 노래도 최신 한국가요가 흘러나오는 곳이었다. 가격은 착하지 않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는 곳인 것 같았다. 이곳 뿐 아니라 시안 시내의 다른 한식당들도 뭔가 고급스러운 포지션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 같았는데, 정작 음식은 별로 맛있지 않았다.
시내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완다 플라자가 있다. 이곳에는 광장이 넓게 있어서, 버스킹(무려 버스킹이라니!!)을 하는 사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나온 인근 주민들, 늦은 밤 쇼핑을 나온 사람들, 선선한 저녁공기를 가르며 농구를 즐기는 젊은이들까지 활기가 넘쳤다. 그나저나 호텔에서 마실 음료를 사려는데, 편의점에서 QR 코드는 결제가 되는데 정작 카드결제는 안 된단다. 가깝고도 멀고 또한 크기도 한 중국이구나~ 다양한 일정은 아니었지만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낸 이틀째 밤을 넘기는 순간이었다.
화산북역으로 향하는 시영 버스 안에서 석양을 등진 화산북역 완다 플라자 내 농구장에서 '여행 > 2019 중국 西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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