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5 우즈베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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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Buxoro |시토라이 모히호사(Sitorai Mohi Xosa)여행/2025 우즈베키스탄 2025. 5. 28. 22:51
* 이날의 아침식사를 빼고 여행 3일차를 이야기하는 것은 숙소 주인 내외 분께 서운한 일이 될 것 같다. 그에 비해 사토라이 모히 호사(Satorai Mohi Xosa)에서의 여정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여행 3일차 정오를 넘긴 시각까지 소화한 여정은 앞서 밝힌 것처럼 매우 난삽했던 바, 이렇게나 퍼져 있는 경로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숙소에서 출발해야만 했다. 오전 아홉 시 경 리셉션이 있는 공용 홀로 내려갔더니 한창 주인 아저씨가 음식을 내어오는 중이셨다. 나는 전날 서둘러 출발할 일정임을 예고해두었던 상황이라, 내 테이블은 완비된 상태에 가까웠다. 여러 종류의 삼사(somsa)와 붉은 체리와 딸기, 새하얀 오디,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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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Buxoro |마드라사(Madrasalar)여행/2025 우즈베키스탄 2025. 5. 26. 08:07
* 마드라사(madrasah, madrasasi)는 이곳에서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명칭이다. 구시가지에서는 어쩌면 사원을 가리키는 마스지드(masjid)보다 흔한지도 모르겠다. 마드라사는 우리나라로 치면 서원(書院) 또는 서당 정도 되는 교육기관을 말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근대화 이전의 교육기관을 뜻하지만, 마드라사는 오늘날까지도 신학을 가르치는 교육제도의 하나로 포섭되었다. 기본적으로 마드라사라 함은 학생의 기초적인 소양이나 또는 법률과 같은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학교 일반을 통칭한다. 즉 반드시 이슬람 율법을 가르치는 곳만을 가리키진 않는다. 미나레트와 모스크가 없다는 점을 빼면 마스지드와 마드라사 사이에 건축 상 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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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Buxoro |하우지나브 거리(Xavzi Nav ko'chasi)여행/2025 우즈베키스탄 2025. 5. 25. 10:49
* 이곳에 머물면서 느끼는 인지적 혼란은 이들이 쓰는 ‘글자’에서 비롯된 게 분명하다.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의 글자가 ‘상당히’ 다르다는 건 알았다. 그러니까 이들이 키릴 문자를 쓰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문제는 이들이 키릴 문자만 쓰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공식적으로 오늘날 우즈베크어는 라틴 알파벳 표기를 따른다. 여전히 키릴 문자가 더 많이 쓰이고는 있지만, 라틴 알파벳이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생기는 문제. 우즈베크어를 키릴 문자로도 적고 라틴 알파벳으로도 적는다는 것 뿐만 아니라, 러시아어를 키릴 문자로 적고 영어를 라틴 알파벳으로 적는 데서 오는 극심한 혼란이다. 키릴 문자를 전혀 읽을 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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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Buxoro |미르두스팀 거리(Ulitsa Mirdustim)여행/2025 우즈베키스탄 2025. 5. 24. 08:39
* 글의 제목에 부득이 건물 이름이 아닌 ‘길 이름’을 붙이게 된 건, 아주 난삽했던 이날의 동선 때문이다. 심지어 제목 속 도로명이 내가 들렀던 장소들과 반드시 일치하지도 않는다. 얼추 그 일대를 돌아다녔다는 의미다. 이곳의 지명을 잘 모르는 내가 편의상 취한 기록방법이니 그 기록 역시 난삽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무리한 기록법을 선택하게 된 것은, 첫째 하루 동안 있었던 긴 여정의 호흡을 끊을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고, 둘째 너무나도 생소하고 이국적이었던 이 나라의 풍경을 지도 속 고유명사에서 다시 한번 음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이 날의 첫 행선지는 볼로하우즈 사원(B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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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Buxoro |라비하우즈(Labihavz)여행/2025 우즈베키스탄 2025. 5. 22. 15:44
* 부하라의 구시가지는 ‘오래된 동네’라고는 하지만 관광지로 재정비가 되어서 실상은 오히려 옛스러움을 느끼기 어렵다. 관광이 용이하도록 방부 처리된 공간에 가깝다. 오히려 큰길에서 떨어진 시장(bazaar)과 학교(madrasasi), 골목골목을 통해 옛 풍경을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이곳의 유적지를 다니다보면 19세기~20세기 초에 찍은 흑백 기록사진이 꽤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는데, 1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곳들도 있다. 가령 부하라 아르크가 그렇다. ** 이제 알고 지낸지도 9년이 넘어가는 J는 내게 부하라의 야경을 반드시 챙겨보라고 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인 법. 혼자 여행하는 자에게 일용할 양식은 귀중하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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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Buxoro |부하라 아르크(Buxoro Arki)여행/2025 우즈베키스탄 2025. 5. 21. 13:12
* 우리나라에서는 가로수로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 나무가 흔한 것처럼 이곳에서는 뽕나무가 흔하다. 보행로에 우수수 떨어진 이것이 오디가 맞다면 말이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하양 까망의 이 열매들은 아무리 보아도 내가 한국에서 맛보던 오디가 맞다. 껍질이랄 게 없는 이 작은 열매는 중력에 의해 지면에 닿을 때마다 찰팍, 하고 과즙을 터뜨린다. 뜨거운 햇살 아래 무방비로 노출된 과즙들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액질을 띠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 밑창이 찌걱댄다. ** 이곳에서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니, 아이들이 많다. 공차기는 만국공통의 놀이인지, 소리를 지르며 골목에서 공차기를 하는 남자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다만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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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Buxoro |나마즈고크(Nomozgokh)여행/2025 우즈베키스탄 2025. 5. 19. 03:02
* 전날 열차를 놓치고 허탈감에 한동안 생각이 멈춘 나는 보안요원이 일러준대로 일단 매표소 창구에서 그 다음 열차라도 찾아보려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긴 줄에 대기한 끝에 내 차례가 왔지만 영어로는 아주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할 수가 없었다. 두 명의 당직자가 모든 승객을 상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처리는 한없이 더뎠고, 발권 키오스크는 먹통이었다. 세월아 네월아 시간이 가는 상황에서 가장 빠른 열차를 타도 사마르칸트에 도착하면 새벽 3시가 넘는다는 걸 깨닫고, 이 무거운 배낭을 맨 채 계속 이 상태로 있을 순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다만 탑승하지 못한 티켓을 일부나마 환불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려했지만, 중과부적(衆寡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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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Toshkent |베쉬 코존(Besh Qozon)여행/2025 우즈베키스탄 2025. 5. 17. 22:28
* 우즈베키스탄에서 처음 맛보는 필라프는 제법 맛있었다. 음식 주문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필라프를 기본으로 시키고, 삼사(somsa)라 불리는 전통 빵과 샐러드를 주문했다. 여기에 콜라까지.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 많은 양을 주문했다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식사가 나오고 보니 삼사는 냄비만한 크기에 통으로 나왔고 콜라는 뜬금없이 1.5L 들이를 가져다 놓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탄산음료를 즐기는 테이블이 여럿 보인다. 그래도 내가 찾은 베쉬 코존(Besh Qozon)은 N과 M의 말대로 우즈베크 스타일의 필라프로 이름난 곳인지, 넓은 식당 건물과 테라스로 사람들이 거의 다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점심시간에서 빗겨난 3시경에 찾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