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드라사(madrasah, madrasasi)는 이곳에서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명칭이다. 구시가지에서는 어쩌면 사원을 가리키는 마스지드(masjid)보다 흔한지도 모르겠다. 마드라사는 우리나라로 치면 서원(書院) 또는 서당 정도 되는 교육기관을 말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근대화 이전의 교육기관을 뜻하지만, 마드라사는 오늘날까지도 신학을 가르치는 교육제도의 하나로 포섭되었다.
기본적으로 마드라사라 함은 학생의 기초적인 소양이나 또는 법률과 같은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학교 일반을 통칭한다. 즉 반드시 이슬람 율법을 가르치는 곳만을 가리키진 않는다. 미나레트와 모스크가 없다는 점을 빼면 마스지드와 마드라사 사이에 건축 상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달리 말하면 신앙 공간과 학습 공간의 분위기가 유사한 느낌인데, 사방(四方)에 이완(Iwan)이 배치되어 있고 때로는 마드라사의 건축양식이 더 화려한 경우도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 예전에 ‘탈레반’이 ‘학생들’을 뜻한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기묘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미디어에서 접한 이 ‘학생들’은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해하고 테러를 일삼는 기행 집단이었다. 파슈툰 지역의 마드라사에서 자생했다는 이들은 ‘무엇’을 배웠기에 저런 비인간성을 띠게 된 것인가. 이들의 폭력성이 생산되고 재생산되는 구조와 맥락은 무엇일까.
아프가니스탄을 여행중이라는 J의 연락을 받고 너는 미쳤다고 했다. J에 따르면 2021년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 정권이 공고해지면서 오히려 여행하기에는 덜 위험한 상황이 되었다고 했다. 이들 또한 그들의 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고자, 사회 불안정이나 치안에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있다며. 그럼에도 미디어로 접한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내게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곳이다.
*** 부하라 시내의 웬만한 마드라사란 마드라사는 거의 다 둘러본 것 같다. 스무살이나 되었을까 내가 탄 차량용 카트를 몰던 남자아이는 그 불량한 인상만큼이나 내게 터무니 없이 바가지를 씌웠다. 초르 미노르(Chor minor)는 구시가지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어 걸어 이동하기는 부담스러웠던지라 선택한 차량 이동. 입씨름은 관두고 그가 부르는 금액대로 값을 치렀다.
초르 미노르 역시 마드라사의 하나로, 교육이 이뤄졌던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내부를 들어가보면 협소하고 어둡다. 건물의 1층에 지금은 기념품샵이 들어와 있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바깥에서 보는 깜찍한 모양새는 학교라기보다는 오히려 테마파크의 부속건물 같은 느낌이다. 우즈베크 양식 특유의 터키옥 빛깔의 타일이 네 개의 탑을 두르고 있는데, 끝이 날렵한 일반적인 모스크의 끝과는 달리 엄지손가락처럼 동그랗다. 성냥개비 끝에 적린을 두른 성냥 같다.
**** 우즈베키스탄에 있으면서 어떤 새가 관심을 끌었다. 황새다. 처음에는 흰 몸통에 날갯죽지가 검정인 이 장신(長身)의 새를 뭐라고 부르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J와 얘기를 나누다가 그것이 황새(stork)라는 것을 알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황새가 정확히 뭘 상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좋은 것‘인 것만은 분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황새에 관한 조형물은 어느 것이든 한 쌍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아마 암수 한 쌍을 의미하는지 그들의 길다란 발 밑에 둥지까지 묘사한다. 이런 황새 조형물은 이날 저녁을 먹으러 찾아간 사마르칸트의 한 레스토랑에도 어김없이 있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여행의 마지막날 다슈켄트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눈에 익은 이 새를 실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몸집에 걸맞지 않게 이들은 소형 송전탑에 시꺼먼 둥지를 큼지막하게 만들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해질녁이 되어 둥지로 돌아온 황새들은 석양이 빚은 극명한 빛의 대조 속에서 평안하게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깃털이 어스름 속에서 발하는 하양은 이상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 가을철 메뚜기처럼 풀쩍풀쩍 뛰어다니는 이 날의 경로는 카일란 사원(Kalan Masjid)에서 일단락되었다. 초르 미노르에서 카일란 사원으로 넘어가는 이동 차량에 합석한 영국인 할아버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할아버지는 한국에는 경주 여행을 하러 온 적이 있다고 했다. 지금은 며칠간 휴가를 와 있다고. 부하라는 부유해 보이는 유럽인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할아버지의 우아하고 단정한 행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놓칠 리 없는 운전사는, 더 긴 거리를 이동하는 나보다 먼저 내리는 할아버지에게 더 비싼 거마비를 받아냈다.
****** 카일란 사원 내부를 둘러보는 것으로 반나절 남짓 일정을 마무리하고, 맡겨두었던 짐을 찾으로 숙소로 되돌아갔다. 이제는 사마르칸트로 넘어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부하라 역으로 가야 한다. 열차 도착까지 두 시간 여 남은 상황에서, 마치 걸신들린 사람처럼 리셉션의 직원에게 묻는다. 가족이 운영하는 이 숙박시설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낮은 키의 소녀다. 혹시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시토라이 모히호사(Sitorai Mohi Xosa)를 들를 시간이 날까요? 뒤이어 망설임 없는 소녀의 대답. 그럼요, 5분이면 충분히 둘러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