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
5월 31일의 일기: 일단락(一段落)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31. 21:09
# 오늘도 도서관에 머무르는 일과였고, 중간에는 잠시 인터넷 연결 문제로 사무실을 방문했다. 원래는 어제 들렀다가 약속을 잡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오늘 오후 시간을 잡았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일부러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도 담당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뒤늦게 도착한 담당자는 또 다른 동료가 없다면 도와줄 수 없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인터넷 연결이 시급했던 건 아닌데 대응하는 걸 보아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분업이 워낙 철저하다 해야 할지, 어제 약속 잡는 걸 도와줬던 스태프는 옆에서 세월 좋게 나긋나긋 현 상황을 설명하고만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 약속 상황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다른 젊은 직원의 도움 덕분에 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 오늘 마지막 과제 제출을 끝으로..
-
5월 30일의 일기: 백지(白紙)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30. 19:16
아침부터 밤까지 도서관에 있는 일과였다. 마지막 과제는 매일 들여다봐도 매번 백지에서 출발하는 기분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이어붙이는 게 쉽지가 않다. 프랑스에 온 뒤로도 종종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데, 5개월 남짓이나마 지금까지도 연락이 닿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관계를 오래 이어갈 사람들이라는 걸 실감한다. 이 관계 안에서 나는 어떤 위치에 있었나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물론 끝까지 남을 인연이 아닌 관계들도 있다. 오늘은 그런 관계를 발견한 날이기도 하다.
-
5월 29일의 일기: 소르본(Sorbonne)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30. 00:10
# 최근 들어 이런저런 연휴가 끼어 도서관도 나흘 휴관에 들어갔다. 도서관이 365일 늦은 시간까지 열려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이곳에서는 일요일에 교내 도서관뿐 아니라 모든 공립도서관도 문을 닫는다. 교내 도서관은 평일에도 저녁 여덟 시까지만 운영한다. 쉼표를 어디에 둬야 할지 잘 모른 채 살아가는 한국에서와 달리, 아예 쉼표를 확실하게 찍어두는 이곳 문화는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그냥 다 같이 한 박자 쉬고 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주말에도 도서관에 대한 수요가 꽤 있는 모양인지, 토일요일 스타벅스나 프레타멍제 같은 곳에서는 노트북을 들고 나온 학생들로 가득하다. 이곳도 학기말은 학기말인 것이다. 나도 오늘은 소르본 앞 프레타멍제에 노트북을 들고나가 과제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
5월 28일의 일기: TF1 그리고 France 4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28. 16:56
# 아미앵을 다녀왔다. 이전부터 다녀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도시 중 한 곳으로, 매번 열차표만 조회를 하다가 마음먹고 반나절 정도 시간을 들여 다녀오기로 했다. 아미앵은 피카르디(Picardie)라는 레지옹(Région)에 속하고, 피카르디는 다시 오드프랑스(Hauts-de-France)에 속한다. 칼레를 포함해 오드프랑스를 오가는 열차는 파리 북역에서 발착한다. 아침 뤽상부르 역에서 RER B 노선을 타고 세 정거장 지나 파리 북역에 도착했다. 북역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역의 규모가 커서 다시 와도 길을 찾는 데 헤맸다. 파리에서 한 시간 걸려 아미앵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11시 반경이었다. 역에 내려서 처음 느끼는 건 춥다는 것이었다. 아미앵 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은 페레 타워(Tour ..
-
5월 27일의 일기: 두 번째 인간혐오자(Le Misanthrope)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27. 19:14
# 점심 직전 PLS 국제처와 예정된 약속(RDV)에 다녀왔다. 진전이 없는 사회보장 가입 문제와 관련해서 조언을 받기 위함이다. 오늘 방문 이후로 이곳 행정에 더 이상 발을 담그지 않겠다 생각하고 사무실에 들렀다. 6구 마자린 가(R Mazarine)에 위치한 PSL 국제처는 건물 입구로 들어간 다음 작은 정원을 통과하게끔 되어 있다. 오늘 예정된 30분간의 약속에서 나를 도와줄 스태프는 BB라는 프랑스 남자였다. 결과적으로 귀국을 앞둔 상황상 사회보장 가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였고, 그럼에도 반려된 서류가 재검토될 수 있도록 서류를 재구비해주었다. 일단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임시번호라도 발급을 받는 걸 목적으로 했다. 만약의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니 임시번호 발급이라도 받아보자는 상황이 앞뒤가..
-
5월 26일의 일기: 날씨 흐림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27. 00:09
# 며칠째 날씨가 흐리다. 한낮에는 날씨가 갤 것 같다가 밤이 가까워지면 다시 흐려진다. 오늘 아침도 무척 흐린 날씨다. 게다가 늦잠까지 잤다. 눈을 떠보니 아침 열 시 반이어서 깜짝 놀랐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책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오늘은 승천일(Ascension), 그러니까 공휴일이다. 프랑스의 공휴일을 잘 모르다보니 이번 주 도서관에 게시된 휴관 안내를 보고서야 목금 공휴일이 껴 있다는 걸 알았다. 목요일이 승천일이고 금요일은 ‘Pont d’ascension’이라 해서 말 그대로 징검다리(pont) 휴일이다. 한창 시험 공부를 하다가 이번 주 공휴일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날 밥은 어쩌지 하는 생각이었다. 학생식당에도 목금요일 배식 안내는 빠져 있는 걸 보니 학교 시설..
-
5월 25일의 일기: 쿨레 베르트(Coulée verte)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25. 23:20
# 마지막 시험도 끝이 났다. 아직 페이퍼 과제가 하나 남아 있기 때문에 학기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촌각을 다투면서 해야 하는 공부는 이로써 끝이 났다. 시험은 총 다섯 개의 문제—게임이론, 협상 네트워크, ESS(Evolutionary Stable Strategy)—가 출제되었고, 막히는 문제 없이 내 기준에 만족스럽게 답안을 적었다. 남은 건 채점자의 몫이다. 이제 정말 끝이 났구나 하는 안도감, 그리고 약간의 성취감이 느껴진다. 사소하게나마 성취감을 느껴보는 게 얼마만의 일인지 모르겠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게 끝이 났구나, 못할 거라 생각했던 걸 해냈구나, 하는. 반 년에 불과하지만 꽤나 나이를 먹고 늦은 나이에 처음 외국생활을 하며 학업생활을 한다는 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도전적..
-
5월 24일의 일기: 삶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Vᵉ arrondissement de Paris/Mai 2022. 5. 24. 18:04
"Le véritable voyage de découverte ne consiste pas à chercher de nouveaux paysages, mais à avoir de nouveaux yeux.", Marcel Proust # 얼마전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자신의 수필집에 썼었다는 문구를 하나 발견했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뜬금없이 원효대사의 해골물 설화가 떠올랐다. 나는 항상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었지만, 새로운 것에 다다른 이후에도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 다시 빠지곤 했다. 결국 문제는 갈증의 대상에 있었던 게 아니라, 그 갈증의 원인에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결국은 내 앞에 무엇이 있는가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