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5 끝추위 묵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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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산책여행/2025 끝추위 묵호 2025. 5. 18. 09:33
이제 이 여행기를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이 여행기의 끝은 아주 평범하고 아주 밋밋하다. 장소로는 요새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스카이워크가 목적지였고, 날씨로는 맑다고 할 순 없는 우중충한 날이었으며, 시간으로는 주말 점심에 해당하고 사람들이 한창 활동하기 시작할 때였다. 이른 아침 무릉계곡을 다녀온 뒤 느즈막히 도착한 논골담길에는, 붐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 아담한 마을이 품기에는 다소 북적인다고 느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두 개의 스카이워크—바다에 접한 낮은 높이의 스카이워크가 있고 산자락 위에 설치한 고층 스카이워크가 있다—를 지나 묵호등대, 논골담길을 따라 거니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들지 않았다. 일찍이 문제되고 있는 오버투어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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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시간여행/2025 끝추위 묵호 2025. 4. 25. 11:33
무릉계곡으로 향하는 이른 아침 날씨는 침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보조석에 앉은 아버지는 30년도 더 전에 친구와 무릉계곡에 놀러 왔던 이야기를 하신다. 고속철도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을 당시에 버스에 버스를 갈아타고 또 버스를 타서 무릉계곡에 오는 데만 8시간은 꼬박 걸렸다는 이야기. 젊은 시절 함께 무릉계곡을 여행했던 친구 분은 근래 심혈관 문제로 몸 안에 스텐트를 심은 이후, 좋아하던 술을 멀리하고 있단다. 무릉계곡에 들어가기 위해 입장료는 냈지만, 방문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운 짧은 산책. 그마저도 산책 흉내라 해도 좋을 만큼 짧은 거닐기였다. 아버지는 정말 선명히 기억하는지 알 수 없지만, 입산 구역의 주차장과 오래된 건물, 경계의 구획을 보면서 옛 기억을 확인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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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기다림인가?여행/2025 끝추위 묵호 2025. 4. 10. 14:33
바다날씨는 예측이 어렵다. 일전에 사전 답사차 영덕에 출장간 적이 있다. 공원을 둘러보는 동안 그곳에서 내가 만난 한 공무원은 날씨가 맑다고 해서 바다날씨가 반드시 좋은 건 아니라고 했다. 깃털구름 하나 없이 쾌청한 날이었다. 이번에 좌초된 울릉도 여행 계획은 그 날의 대화를 상기시켰다.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묵호항을 통해 도동항으로 들어가는 배편을 예약한 게 여행일로부터 한 달 전쯤. 동절기 막혀 있던 배편이 운항을 재개하는 시점이었다. 그러니까 울릉도 여행을 계획하게 된 건 아주 즉흥적이었다. 한번은 울릉도를 다녀온 친구가 섬에 공항이 들어서기 전에 그곳을 여행하라는 얘기를 했다. 공항이 들어서면 외지인들에 의해 평범해질 거라면서.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였다. 그 길로 다음날인가 배편을 예약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