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2 영국 런던
-
Day 2. 그리니치(Greenwich)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3. 26. 20:33
선착장에 배를 고정시키기 위해 승무원들이 밧줄을 내린다. 이윽고 런던 탑 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강변을 잠시 맴돌다가 템즈강 한가운데로 나아간다. 배는 도개교인 타워 브릿지를 지나 동으로 동으로 시원하게 내달린다. 저멀리 신기루처럼 도크랜드의 시원한 고층 빌딩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티 구역보다는 획일적인 건물들이지만, 그 느닷없는 높이만으로도 새로운 런던을 발견한 기분이다. 카나리 워프 선착장에서 승객을 쏟아낸 배는 이제 그리니치(Greenwich) 선착장에 도착했다. 나는 이곳에서 내렸다. 배는 이제 밀레니엄 돔이 있는북 그리니치(North Greenwich) 선착장으로 향할 것이다. 선착장을 빠져나온 다음 그리니치 대학교의 담벼락을 곁에 두고 좁은 길을 걸었다. 어딘가로 이어져 있는 길이지만 그 어딘가..
-
Day 2. 시티(City of London)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3. 21. 18:18
시티(City)라는 말은 파리의 시테(Cité) 섬과 마찬가지로 런던의 본거지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파리와 판이하다. 군데군데 오래된 건물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런던의 시티 구역은 현대적 건물로 빼곡하다. 시티 오브 런던은 전세계 금융업의 첨단을 달리는 곳이다. 이유가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 이전에도 런던의 사진을 볼 때마다 가장 들러보고 싶었던 곳은 피카딜리 광장도, 런던 아이도, 빅벤도 아닌 시티였다. 아마도 경쟁적으로 마천루가 즐비한 아시아의 대도시들과는 다른 느낌의 스카이라인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나는 그레이트 타워 스트릿(Great Tower Street)을 따라서 시티 구역에 들어갔고 뱅크(Bank) 지하철역까지는 채 미치지 못하는 거리 안에서 시티 일대를 거닐었다. 영국의 업무..
-
DAY 2. 런던 탑(Tower of London)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3. 20. 02:28
나는 3박 2일의 일정으로 런던에 머물렀다. 체류한 기간이 3박 4일도 아닌 3박 2일이 된 것은 유로스타가 아닌 야간버스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런던 방문이 그러했듯이 나의 런던 여행은 언제나 시간을 다툴 수밖에 없는 인연인가 싶다. 그렇게 해서 둘째 날의 아침 일정은 숙소가 자리한 올드게이트(Aldgate)에서 멀지 않은 런던 탑에서 시작했다. 런던 탑에 가기 위해 내가 하차한 지하철역은 타워힐(Tower Hill) 역이다. 블러디 타워(Bloody Tower), 솔트 타워(Salt Tower)에서 타워 브릿지에 이르기까지 탑이란 탑이 모여 있는 공간이니 만큼 이 지역에는 '타워(Tower)'라는 명칭이 어디든 따라붙는다. 지하철역명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여객선 터미널의 이름도 타워 밀레니엄 ..
-
Day 1.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3. 13. 11:33
템즈강을 따라 걷는다. 런던을 관통하는 템즈강은 파리의 센 강보다는 폭이 더 넓다. 둑방이랄 것이 없어 차로 옆 인도를 따라 강을 곁에 두고 걸어나간다. 템즈강은 장마철의 한강처럼 흙탕물에 가까운 색깔을 하고 있었고, 수면으로 건물들의 파사드가 반사될 틈을 주지 않았다. 런던에 도착해서 처음 마주했던 황갈색 빛 건물들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색깔이다. 동시에 묘하게 한강의 스카이라인이 떠올랐다가, 미국식 시장경제 모델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우리나라가 떠오르고,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 영국의 청교도인들이 떠오르고.. 생각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다시 떠오른다. 내가 향하는 곳은 테이트 모던. 한 번쯤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영국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기대대기도 하지만, 옛 화력발전소를 미술..
-
Day 1. 코번트 가든(Covent Garden)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3. 4. 19:09
이제 나는 트라팔가 광장으로 접어든다. 런던의 날씨가 변덕스럽다 그랬던가. 부슬부슬 여우비가 내리는 듯하더니 빗줄기가 장마처럼 굵어진다. 내셔널 갤러리의 석조 기둥들과 돌계단이 먹구름과 다르지 않은 무채색으로 조용히 빗줄기를 머금는다. 저 거대하고 단단한 돌덩이에 물이 스며들 수 있다는 사실에 잠시 놀라움을 느낀다. 오로지 청동 사자상만이 빗물을 견뎌내며 매끄럽게 윤기를 발한다. 이후 나는 내셔널 갤러리의 동쪽 골목에 자리한 Fernando’s라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기사식당이 느낌이 나는 가성비 컨셉의 식당이다. 나는 이곳에서 파스타와 커피로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다행히 ㅂ가 그쳐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내가 향한 곳은 코번트 가든(Covent Garden)..
-
Day 1.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2. 19. 13:05
눈을 떴을 때 풍경은 퍽 바뀌어 있었다. 유백색 오스마니안 양식으로 가득한 파리에 머물던 내게 빈틈없이 늘어선 빅토리안 양식의 런던 주택가는 영 생경스러웠다. 파리의 베흐시 공원을 출발한 버스는 밤사이 칼레 근교에서 출입국 절차를 위해 한 차례 정차하고, 다음날 새벽이 되어 런던에 진입했다. 런던의 중심부에 가까워지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낮은 층의 건물들은 죄다 적갈색, 황갈색, 흑색 등 파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색깔을 하고 있었다. 잠결에 런던의 지도를 다시 한번 확인한 나는 구불구불한 템즈강을 따라 거대하게 퍼진 도시의 여러 구역을 보며, 동그란 달팽이 형태로 정렬된 파리의 지리와 전혀 다름에 잠시 걱정스러워졌다. 런던에 오기 전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사실 런던은 내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