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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시티(City of London)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3. 21. 18:18
시티(City)라는 말은 파리의 시테(Cité) 섬과 마찬가지로 런던의 본거지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파리와 판이하다. 군데군데 오래된 건물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런던의 시티 구역은 현대적 건물로 빼곡하다. 시티 오브 런던은 전세계 금융업의 첨단을 달리는 곳이다. 이유가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 이전에도 런던의 사진을 볼 때마다 가장 들러보고 싶었던 곳은 피카딜리 광장도, 런던 아이도, 빅벤도 아닌 시티였다. 아마도 경쟁적으로 마천루가 즐비한 아시아의 대도시들과는 다른 느낌의 스카이라인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나는 그레이트 타워 스트릿(Great Tower Street)을 따라서 시티 구역에 들어갔고 뱅크(Bank) 지하철역까지는 채 미치지 못하는 거리 안에서 시티 일대를 거닐었다. 영국의 업무지구로는 도크랜드(Dockland)에 1980년대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카나리 워프(Canary Wharf)도 있지만, 시티 구역이야말로 런던의 전통적 업무 중심지로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이 위치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주말 시티 구역은 마치 주말 여의도 같아서 평일에 거리를 가득 메웠을 직장인이 사라진 채 거대한 적막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 적막을 버티고 있는 것이 강철과 콘크리트로 된 거대한 건물들이라는 사실이 이 지역을 더 깊은 적막으로 잡아끄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동선에 신경을 썼더라면 바로 인근의 런던 기념비 대화재도 둘러볼 수 있었을 텐데, 이 때는 눈에 띄는 빌딩들을 눈으로 쫓으며 정처 없이 걸어다니다보니 그럴 생각에 미치지 못했다. 시티 구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그 외관 때문에 일명 '워키토키(Walkie-Talkie)'라고도 불리는 20 펜처치 스트리트(20 Fenchurch Street)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록 둥글게 넓어지는 형상이 꽈리나 애호박을 닮은 것 같기도 한 재밌는 모양을 하고 있다.
뒤이어 나는 로이드 빌딩(Lloyd's building)을 발견했다. 나는 이 건물 앞을 지나갈 때 처음에 건물을 짓다 말았거나 아니면 설계를 잘못한 줄 알았다. 엘리베이터 골조가 떡하니 건물 밖에 있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엘리베이터, 계단, 배선, 배관 등 부대시설을 건물 밖으로 빼낸 것이 이 건물의 특징이다. 이런 특징을 공유하는 유명한 건축물이 있으니 바로 파리의 퐁피두 센터로 1950~60년대 한창 이런 방식의 전위적인 건축 방식이 유행을 탔었다고 한다.
끝으로 내가 도착한 건축물은 '작은 오이(Gherkin)'이라고도 불리는 30 세인트 메리 액스(30 St Mary Axe)다. 런던의 스카이라인에 색다른 리듬을 불어넣는 이 건물은 어쩐지 새롭지만은 않다. 이와 비슷한 건물은 바르셀로나에서 본 적이 있는데 바로 아그바 타워(Torre Agbar)다. 다만 바르셀로나의 아그바 타워는 지중해의 건축물답게 무지갯빛을 띠고 있다는 점이 런던의 흐린 하늘을 반사하며 어두운 군청색을 띠는 30 세인트 메리 액스와 전혀 다른 느낌을 풍긴다. 나의 짧은 시티 오브 런던 산책은 펜처치 스트리트 역사 앞에서 끝이 났고, 나는 다시 템즈 강변으로 나와 런던 시청과 더 샤드가 마주한 건너편 지평선을 눈에 담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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