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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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의 일기: 성(城)과 운하(運河)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3. 1. 02:16
# 집사 매튜가 오늘 아침 문틈을 비집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우리집 강아지를 떠올리면서 투덕투덕 쓰다듬어주니 녀석이 내 무릎 위에서 자세를 점점 고쳐 앉는다. 그러다 조금 이따가는 아예 퍼질러 앉았다. 집고양이를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고, 계속 보고 있자니 곰살맞은 우리집 강아지가 더 생각이 난다. # 이른 아침 앙테흐시테(Intercité)—TER보다 지선(支線) 역할을 하는 노선—을 타고 카르카손으로 향했다. 카르카손(Carcassonne). 표준 프랑스어로 하면 ‘캬흐캬손’에 가깝겠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현재 우리말로는 카르카손으로 소개되고 있다. 사실 발음을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옥시타니 지역의 방언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에는 ‘Carcassona’라는 명칭이 이탤릭체로 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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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의 일기: 장밋빛을 담다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7. 18:54
# 툴루즈는 파리와 마르세이유, 리옹에 이어 프랑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지만, 걸어 다녀보면 막상 그리 큰 도시는 아니다. 지도로 보는 파리를 직접 걸어보면 되게 크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지만, 지도로 보는 툴루즈를 직접 걸어보면 그리 크지 않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오귀스탕 박물관(Musée des Augustins)이 문을 열었더라면 뛰어난 작품들도 원없이 볼 수 있었겠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임시휴업 중이어서도심을 산책(la flânerie)하는 일로 하루를 보냈다. 일요일 아침 거리는 한산하다. 가게들은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다. 생 세흐낭(Basilique Saint Sernin) 대성당을 지나 토흐 가(R du Taur)로 접어든 다음 캬피톨 광장에 들어서도 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빨간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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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의 일기: 환대(歓待)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6. 21:35
# 툴루즈 행 열차가 아우스터리츠 역을 출발한 건 오후 2시 39분이다. 아침에는 은행업무를 보고—다른 절차 때문에 다음번에 한 번 더 방문해 달라고 한다—카페에서 책을 조금 읽다가, 점심을 먹은 뒤 간단히 짐을꾸려 아우스터리츠 역으로 자전거를 타고 움직였다. 아우스터리츠 역 자전거 거치대에는 자전거를 세워 놓을 곳이 없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다행히 젊은 청년 한 명이 도움을 주어서 먼 길을 우회하지 않고 자전거를 세워놓을 수 있었다. 아우스터리츠 역을 출발한 열차는 레조브헤(Les Aubrais), 비에흐종(Vierzon), 샤토후(Châtearoux), 리모주(Limouge), 브히브 라 게야흐(Brive la Gaillard), 수이약(Souillac), 구흐동(Gour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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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의 일기: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5. 17:58
# 아침에는 소르본 대학 앞의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기숙사로 돌아온 뒤에는 L과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 L이 바캉스를 가게 되면서 이번 주 통화를 한 번 하자고 얘기를 했었었다. 칸느에 도착한 L은 바캉스를 잘 보내고 있다고 한다. 맑고 온화한 날씨, 가족들, 해안가, 마르세이유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오빠도 만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내게는 몰리에르의 연극을 잘 보았느냐고 물었다. 서로 미술관을 자주 찾는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장 콕토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내가 퐁피두 센터를 좋아한다고 하자, 근대미술을 좋아하는 L은 오르세 미술관을 매주 간다고 했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피에르 보나흐(Pierre Bonnard)를 좋아한다는 이야기하는데, 오르세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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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의 일기: 타인(他人)으로 살아가는 것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5. 01:39
# 학교는 이번 주부터 2주간의 짧은 겨울방학에 돌입했다. 그래서인지 기숙사 밖을 보면 항상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연구실이 한두 곳 정도는 꼭 있었는데, 요즈음은 밤에 불이 들어온 연구실은 찾아볼 수 없다. L 역시 본가가 있는 칸느로 내려간다고 했었다. 하지만 식당이나 사무실처럼 기본적인 업무들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의외로 바캉스 기간에도 학교를 오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에서 아주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거나 그냥 떠들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물론 얼마전 만난 박사과정생처럼 바캉스 기간에도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인문학 연구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 안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나는 바캉스 일정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교정의 리듬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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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의 일기: 생말로(St Malo) 가는 길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4. 00:58
# 관료주의를 가리키는 영어 표현 ‘bureaucracy’는 ‘사무실’ 또는 ‘탁상’을 가리키는 프랑스어 ‘bureau’에서 유래한다. 실제 프랑스에서 지내다보면 그 이유를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모든 행정절차는 일종의 마비(麻痺) 상태에 빠져 있는 듯한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착란(錯亂) 상태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학기가 시작한 뒤에도 학생에게 정확한 시간표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그러하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수차례 문의를 해도 정확한 답변을 ‘안’ 하고 관련 없는 답변만 자기 논리를 덧붙여 늘어놓는데 그럼에도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다른 담당자에게 떠넘기면서 꼭 마지막에 덧붙이는 말은 주저 없이(n’hésite pas~) 요청하라는 말인데, 이는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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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의 일기: 봄(春)인가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2. 19:22
# 오늘 아침 수업에는 자전거를 타고 갔다. 21번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몰라 자전거를 탔는데, 불과 15분만에 14구 캠퍼스에 도착했다. 평소 버스를 타면 25분이 걸리니까 오히려 시간이 적게 걸린 셈이다. 아침 시간이다보니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머리가 희끗한 사람이나 여자들이 나보다도 자전거를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탄다. 오전 수업은 노동경제학 수업으로 TB교수에서 FF교수로 수업진행이 바뀐 이후로 활력을 많이 잃은 듯하다. 지난 시간에 이어서 실업급여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지난 시간과 달리 질의응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수업 중 독일친구들이 대체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편인데, 오늘은 독일친구들 뿐만 아니라 반 전체가 집중하지 못하고 딴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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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의 일기: 자전거(Vélib’)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21. 17:08
#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으며 재정학 공부를 했다. 오전 열 시를 조금 넘겼을 때, 학교를 나와 잠시 센느 강변으로 나갔다. 어제 등록해 둔 벨리브(Vélib')—대전시의 타슈나 서울시의 따릉이와 같은 파리의 공유 자전거 시스템—를 이용할 겸, 자전거를 이용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로 향했다. 파리는 오래되고 협소한 도로가 워낙 많다보니 일방통행 도로를 구분해야 한다. 때문에 자전거를 탈 때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팡테옹을 지나 잠시 방향을 잃어 길을 잘못 접어들었는데, 맞은편 방향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남자가 손을 들어올리며 주행방향을 두고 뭐라뭐라 불평하는 말을 했다. 사실 그것도 좀 애매하기는 하다. 내가 지내는 윔 가의 경우도 차량은 일방통행로이지만 자전거는 양방향 통행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