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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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2일의 일기: 방브 벼룩시장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2. 19:48
# 아침에는 59번 버스를 타고 방브 벼룩시장(Puces de Vanves)에 다녀왔다. 지하철보다는 버스로 오가기 편한 곳이다. 59번 버스는 몽파르나스 묘지와 카탈루냐 광장을 지나 포흐트 드 방브(Pte de Vanves)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방브 벼룩시장에 도착했다. 황학동 벼룩시장도 몇 번 가보았지만 방브 벼룩시장도 그만큼이나 크다. 모히스 노그 가(R Maurice Nogues)를 다 돌고도 순환도로가 나타나는 지점까지 진열대가 끝도 모르게 이어진다. 오늘의 목적은 와인잔과 밥그릇(!)을 사는 것이다.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고 물건의 종류도 워낙 다양해서 어떤 물건을 얼마에 사야 좋은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중고품을 파는 곳도 있지만, 특정한 공방에서 물건을 떼와서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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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의 일기: 가방과 물통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1. 22:27
# 오늘 아침 역시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제 들었던 문화인류학 수업에 필요한 문헌을 두 편 읽었다. 문화인류학 수업답게 학명(學名)도 여럿 등장하고 어휘부터 다르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논문들보다 읽기 까다롭다. 금요일 카페테리아는 비교적 한산했다. 카페테리아의 좋은 점은 커피—자판기 커피는 0.5유로인데 맛이 괜찮다—를 마시면서 오래 머물러도 되고, 공부하는 동안 주변에서 대화하는 소리를 듣다보면 자연스레 이곳 언어에도 노출된다는 점이다. # 어제 밤에 비가 오더니 오늘 역시 아주 맑은 날씨다. 날씨도 푹해서 점심을 먹은 뒤 간단히 산책(flânerie)을 했다. 조금 더 멀리 나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늦은 오후에 프랑스어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라탕 지역에서 그동안 가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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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의 일기: 밤비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10. 18:11
# 요즘 개설되었거나 리뉴얼된 홈페이지는 괜찮은 편이지만, 종종 프랑스의 인터넷 환경을 보면 말 그대로 ‘내 눈을 의심할’ 때가 있다. 학교메일이나 포털사이트, 은행업무를 볼 때, 도스에서 윈도우로 갓 넘어온 듯한 화면을 접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한 이 사람들이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한 감각은 전혀 없는지, 가독성도 떨어지고 활자도 구식이어서 화면 어디서부터 들여다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학제나 과정이 복잡해서 입력값을 넣는 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해서, 꼭 처리해야 하는 절차임에도 접속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 오늘 아침은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책을 읽거나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다. 점심에 가까워질 수록 사람이 는다는 것을 빼면 가볍게 공부하기 좋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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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의 일기: 파사주(passage)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9. 21:24
# 어제는 밤 아홉 시도 되기 전에 잠이 들어서 다음날이 되어 눈이 떴다. 노곤노곤하게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아침에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오후에 있을 수업을 위해 지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그 동안 카페 아니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처음 카페테리아에서 공부를 하는데 좋은 것 같다. 자판기 커피도 가까워 음료를 마시기도 좋고 화장실도 가까워 편리하다. # 3주 전쯤 신청한 은행계좌가 도착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도무지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메일을 보냈다. 곧바로 회신이 와서 놀랐는데 열어보니 자동회신이었다. 담당자가 다음주까지 부재중이라는 안내 메일이었던 것. 속으로 부글부글하는 게 느껴졌다. 계좌 개설은 은행 이용의 첫 단춘데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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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의 일기: 시테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8. 19:40
# 이른 아침은 노동경제학 수업이 있는 날이다. 오늘의 주제는 조합과 집단협상으로, 미시경제학 관점에서 설명이 이루어졌다. 어제 수업도 그렇고 오늘 수업도 그렇고 지난 주보다 내용이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아직 영어에 익숙해지지 않은 건지, 프랭글리시에 익숙해지지 않은 건지, 언어 장벽도 여전하다. 수업이 끝난 후 프랑스의 근로자의 노조가입률이 낮음에도 협상임금을 적용받는 비율이 높은 이유를 교수에게 물었다.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각 산업 분야마다 거대한 노조가 있고, 회사 수준에서 노조에 가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즉, 근로자 개인 수준에서 회사 노조에 들지 않더라도, 회사가 단체협상에 나서기 때문에 협상임금이 근로자 개인에게 자연히 적용된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 근로자의 노조가입률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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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의 일기: 시간의 상대성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7. 21:23
# 오전에는 카페와 도서관에서 수업자료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비가 온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날이 개어서, 오늘도 무척 화창한 날씨다. 파리의 위도는 서울보다 높기 때문에 하루하루 해가 길어지는 시간도 더 커야 할 것 같은데, 체감하기에 해가 길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아침 여덟 시가 지나야 해가 떠서 하루가 늦게 시작되는 기분이 든다. 오후에는 14구에서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점심을 먹은 다음에 버스를 타고 14구로 이동했다. 오늘도 몽수히 공원 일대에는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평소 내리던 곳보다 한 정거장 더 지나서 내렸다. 거리상으로 큰 차이가 없어 보여서 안 다니던 길로 걸어가볼 생각에서였다. 말로만 듣던 시테 유니벡시테 인근을 거쳐 학교로 걸어오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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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의 일기: 꽃과 요리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6. 23:10
# 언제 그랬냐는 듯 오늘은 하늘이 온통 울상이다. 새로울 것도 없긴 하지만 오늘은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할 만큼 비가 오기까지 한다. 오전에는 카페에서 알베르 소불의 『프랑스 혁명사』를 읽었다. 혁명의 무대가 되었던 도시에서 이 책을 읽으니 기분이 묘했다. 한 시간 좀 넘게 책을 읽었을까 막 재밌어지려던 참이어서 조금 더 읽다 가고 싶었지만, 점심이 가까워지니 카페가 만원(滿員)이 되어서 그만 밖으로 나왔다. 카페에 올 때보다 빗줄기가 더 굵어져 있어 우산을 쓰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 아직도 카페와 비스트로를 구분하는 게 어렵다. 아마도 ‘카페’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와 다른 데에서 오는 혼동 때문인 것 같다. 테라스를 갖추고 있는 일반적인 카페들은 대개 작은 식당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식사 때가 아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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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의 일기: 조깅Vᵉ arrondissement de Paris/Février 2022. 2. 5. 21:57
# 오늘 대부분의 시간은 카페와 도서관에서 보냈다. 오늘은 파리에 도착한 이후로 가장 맑은 날씨다. 가을이 지나면 대체로 하늘이 쳥명한 한국과 달리, 이곳은 겨울 내내 날씨가 흐리다. 그러다가 오늘처럼 드물게 맑게 개인 하늘이 나타나면,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지, 학교에 학생들도 정원의 볕이 드는 쪽에 앉아 모처럼만의 햇빛을 반기며 와글와글 떠든다. 이런 날씨에 실내에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지만, 오늘은 선뜻 외출을 하고 싶지 않아서 오전 오후 내내 책을 읽거나 논문을 읽었다. # 오후 네 시가 조금 안 되어 도서관을 나와 기숙사에서 가벼운 옷차림—반바지에 검정색 긴 상의—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이어서 뤽상부르 공원으로 향했다. 조깅을 하기 위해서였다.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