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21 무더위 한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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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의 바다여행/2021 무더위 한려수도 2021. 10. 19. 21:30
조금 늦었지만 이제 남해~통영 여행기를 매듭지으려고 한다.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꽤 경치가 괜찮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날씨가 너무 더웠기 때문에 그리 수월한 여행이 아니었던 것 역시 떠오른다. 그런 고로 통영에서의 일정은 남해에 비해 그리 많지가 않다. 원래는 여행의 마지막날 소매물도까지 나가보는 걸 생각했지만, 2일차에 미륵산을 오르는 것으로 여행을 일단락했다. 만약 소매물도를 간다면 거제도의 저구항을 통해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배편 운항에도 일부 조정이 생겼기 때문에 소매물도를 들어가는 건 더욱 생각하기 어려웠다. 남해의 금산과 같은 곳이 통영에서는 미륵산이 될 것 같다. 700미터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금산에 비해 500미터에 달하지 못하는 미륵산은 그리 높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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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의 바다여행/2021 무더위 한려수도 2021. 9. 30. 17:33
이튿날 새벽 다섯 시 경 눈을 떴다. 정확하게는 눈이 뜨여졌다. 여름의 아침은 부지런하다. 벌써 동쪽으로 해가 터오고 있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먼길을 이동하는 동안 리듬의 일부가 깨진 모양이었다. 어쨌든 통영에서 묵는 숙소는 장평리에 위치해 있었다. 즉 통영의 북동부 지역이다. 테라스로 나서면 거제대교와 신거제대교가 한 눈에 보인다. 남해에서는 서쪽으로 바다에 면한 항구에 머물렀기 때문에 노을을 구경하기 좋았다면, 통영에서는 해돋이를 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해가 뜨는 맞은편 방향에서부터 길다란 구름 몇 가닥이 선혈(鮮血)에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어딘가에서 법경을 읊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새벽에 작은 법회 같은 것이 열리는 모양이다. 생경한 소리와 생경한 풍경에 잠시 기분이 몽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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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의 바다여행/2021 무더위 한려수도 2021. 9. 25. 00:16
남해에서 3일차는 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여수를 갈까 통영을 갈까 고민한 끝에 통영을 가기로 했다. 사실 남해에서 머물렀던 평산마을은 여수와 훨씬 가까워서 처음에는 이동 부담이 적은 여수를 가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 남해에 내려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나폴리’라고 하는 통영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아마 남해에서 같은 숙소에 며칠 더 머무를 수 있었다면 남해에서의 일정을 더 늘렸을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구체적인 일정이 가닥이 잡힐 즈음이 되어서야 숙소를 알아봤기 때문에, 이미 어지간한 숙소는 자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여하간 이틀째 독일마을 일대에서의 일정은 무더위로 인해 체력 손실이 발생한 상태였다. 앵간만 일대의 드라이브 코스를 포함해서 실외로 나갈 일을 최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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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바다여행/2021 무더위 한려수도 2021. 9. 18. 00:22
남해에 도착한 첫째날 저녁으로 모듬회 한상차림을 먹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던 중에 가게 사장님이 관광 오셨냐며, 남해에 왔으면 꼭 금산을 가보길 권한다고 말씀하셨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독일마을 얘기를 꺼냈더니 거기는 그냥 잠깐 지나가면서 보는 곳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이튿날 일정으로 금산을 가볼까 하고 잠깐 생각을 했었다. 지도로 찾아보니 꽤 높은 곳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어서, 등산 코스는 15분 정도로 짧은 것 같았다. 다만 남해에 계획했던 일정이 2박 3일이었기 때문에, 금산과 독일마을을 모두 다 들러보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했다. 3일차에는 다른 도시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이때까지는 통영을 갈지 여수를 갈지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소량마을과 대량마을을 쭉 지나친 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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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의 바다여행/2021 무더위 한려수도 2021. 9. 13. 00:41
요즘처럼 일상에 관해 딱히 쓸거리가 없을 때에는 지난 여행기를 정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이번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여행은 벌써 한 달도 더 전에, 그러니까 7월에 다녀온 여행이다. 부여와 대전, 보은을 다녀오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8월부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꽤 바쁘게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7월 한 달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몰아서 다녔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남해(‘바다’가 아닌 ‘남해군’이다. 사실 남해라는 지명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이 봤다)는 이미 두 차례 숙박을 잡았다가 코로나로 인해 번번이 예약을 취소했었으니, 이번 방문은 이미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기의 제목을 ‘한려수도’로 잡은 것은, 이번 여행에서 들른 곳이 남해와 통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