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016 늦가을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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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削여행/2016 늦가을 부산 2016. 12. 2. 15:53
첫인상이 좋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잊을 만하면 부산여행이 떠오른다. 마치 연례 출장이라도 나가듯, 근래 몇 년간은 해마다 부산을 찾았었다. 프롤로그에서 이번 여행의 주제로 '삭(削)'이라는 단어를 썼었다. 에필로그를 쓰는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여행에서 내가 원한 것은 완전한 DELETE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마음에 쌓인 짐을 덜어내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부산역에서 서울행 열차에 올라탈 때도, 좀 한심한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나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기는커녕 여전히 꽉꽉 일정을 채워 여행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이런저런 구경을 하기는 했지만, 결국 주제에서 벗어난 여행을 한 셈이 되었다. 그렇지만 충분히 기분전환은 되었다. 부산은 서울과는 다른 분주함이 있었다.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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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 / 서구(송도)여행/2016 늦가을 부산 2016. 11. 30. 08:57
늘 그렇듯 오늘 아침도 느즈막이 시작했다. 벌써 부산에서의 4일차 아침, 그러니까 마지막 날이다. 중앙역에서 26번 버스를 타고 송도해수욕장에서 내렸다. 해운대나 송정에 비해 큰 해수욕장은 아니었지만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있었다. 백사장으로 내려가 파도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었다. 저 멀리 나처럼 혼자 온 여행객이 앞서서 나처럼 파도의 가장자리를 따라 걷고 있었다. 이런 걸 흐린 날씨라고 하는 건지 어제부터 영 시야가 흐렸다. 수면 위로 돌고래 동상, 고래의 꼬리, 거북이 조형물이 해수면 위로 올라와 있었다. 멀리 송전탑도 보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케이블카의 지지대가 건설 중이었다. 각 구마다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기는 해도 일찍이 송도 해수욕장 (일제 시대 부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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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食道樂) in 부산여행/2016 늦가을 부산 2016. 11. 28. 13:07
초량 이바구길을 둘러보고 나서 다시 한 번 곧장 향한 곳이 서면이었다. 그 동안 대충 서면을 훑어본 적은 있었지만, 서면의 골목골목을 다닌 적은 없었다. 여행 2일차 서점을 들르는 겸 골목골목을 거닐며 전포역까지 쭈욱 가로질렀는데 뭔가 활기찬 분위기가 좋았다. 남포동 일대가 오래된 구도심이라면, 서면 일대는 좀 더 젊은 활기가 느껴졌다고 해야할지. 이전에 부산을 네 번 방문하면서 의식적으로 맛집을 찾아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귀찮아서 센텀시티 지하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해결했을 정도. 딱히 먹는 걸 주제로 글을 남기지 않는 편인데, 이번 부산 여행의 포인트가 부산의 맛을 느껴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이와 관련한 포스팅을 싣는다. 참고로 개인적으로는 부산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카페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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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동구(이바구길)여행/2016 늦가을 부산 2016. 11. 26. 14:05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와 부산역에서 내렸다. 파업 때문인지 열차편도 많지가 않고, 그나마도 다 매진인 상태라서 입석이라도 미리 구해놔야 할 것 같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깡그리 매진돼 버려서 입석표조차 구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부산역에 도착하니, 열차시간표를 알리는 전광판에 이번에 새로 운행하는 SRT의 열차시각이 떠 있었다. 가능한 열차편인지 물어봤더니 시운전 탑승을 신청한 사람들만 탈 수 있단다. 부산에서 대구 구간까지는 빈자리가 있다고 했는데, 그냥 부산에서 서울까지 입석으로 끊었다. 4호차 카페칸에서 자리잡는 게 얼마나 치열한지 잘 알고 있는 고로... 대구역에서부터 입석 자리 찾으려면 아마 계속 열차 안을 헤매야 할 거다. 얼추 일처리도 끝냈겠다, 오늘 미션으로 정해둔 송정, 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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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사하구(아미산 낙조전망대)여행/2016 늦가을 부산 2016. 11. 26. 01:22
되게 피곤했었던 모양이다. 해운대에서 1003번 급행버스에 올라탄 뒤, 잠깐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부산역이었다. 부산역에서 내려 내가 향할 곳은 다대포였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을 달리는 좀 말도 안 되는 동선이기는 했지만, 그 동안 부산에서 안 둘러본 곳을 들르자니 동선이 길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제만큼 걸을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 일정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길이었다. 괴정역에서 내려 다대포로 향하는 버스를 아무거나 탔다. 다대포 하면 해몰이가 유명한 곳인데, 가만 보자하니 일몰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게 빠듯해 보였다. 아마 사하경찰서를 지났던 지점이었던가, 버스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탔다. 내가 가려던 곳은 다대포 해수욕장이나 몰운대가 아니고, 정확히 말해 '아미산 낙조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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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해운대구(달맞이길)여행/2016 늦가을 부산 2016. 11. 25. 00:08
몇 번 버스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 정거장을 경유하는 버스는 대체로 해운대 방면으로 가는 버스들이었기 때문에, 적당히 버스에 올라탔다. 적당히 좌동 일대에서 내린 뒤 달맞이 고개를 향했다. 해가 머리 위로 뜬 시각이라 아스팔트 도로며, 나뭇잎이며 햇살이 꿰뚫어버릴 기세였다. 단풍이 한창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울긋불긋한 빛깔이 볼만한 경치였다. 저번 여행에서는 해안을 따라 나있는, 지금은 폐선된 철로를 따라 걸었었다. 이번에는 달맞이 고개의 꼭대기 지점에서부터 내리막길을 걷다보니 힘도 덜 들고,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대신 해를 마주보고 걷다보니 정면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면 역광인 경우가 많아서,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사진을 찍어야 했다. 어느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층빌딩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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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해운대구(송정)여행/2016 늦가을 부산 2016. 11. 25. 00:05
수능 입실이 다 끝난 시각에 숙소를 나서서 그런지 교통이 나쁘지 않았다. 오늘 아침 향하려는 곳은 송정해수욕장. 마지막 부산 여행 때 들렀던 곳이다. 중앙역으로부터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먼 곳이라, 전날 밤 잠들면서 서둘러야겠다 마음 먹었지만, 아침 잠이 많은 고로 바쁜 출근 시간도 다 넘기고서야 출발한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딱 한 시간 소요됐다. 사실 '송정'이라는 먼 곳까지 몸을 이끌고 온 것은 저번에 들렀던 카페를 또 들르기 위해서였다. 부산이 커피의 도시라고도 하던데, 이곳 송정에도 구석구석에 괜찮은 카페들이 많다. 매 끼니 다 챙겨먹었는데도 어젯밤부터 계속 배가 고팠던지라, 커피와 함께 빵도 하나 주문했다. 문이 활짝 열린 테라스 쪽에 앉아 집에서 챙겨온 추리소설을 읽어내려 갔다. 그러고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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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부산진구(서면)여행/2016 늦가을 부산 2016. 11. 24. 00:33
용호동 일대는 처음이라서 잘 몰랐는데 광안대교의 서편으로도 고층 건물이 한창 지어지는 중이었다. 해운대 사건 때문에 시끌시끌하던데, 부산 이곳저곳에 고층 건물이 참 많이 들어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남천역까지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서면에 향할 생각이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를 않아서 택시에 올라탔다. 황령터널(오전에 아저씨가 황령산에 대해 설명해주었더랬다)을 통과하니, 서면도 금방이었다. 택시 아저씨들이 으레 그렇듯 이동하는 동안 정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셨다. 이러쿵 저러쿵. 내가 내린 곳은 교보빌딩 앞. 서면에 들른 것은 잠시 서점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부산에 오면서 조르주 심농의 책을 생각보다 빨리 읽어버린 탓에, 올라갈 때 심심풀이로 읽을 책이 하나 필요했다. 굳이 두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