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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여행/2022 영국 런던 2023. 3. 13. 11:33
템즈강을 따라 걷는다. 런던을 관통하는 템즈강은 파리의 센 강보다는 폭이 더 넓다. 둑방이랄 것이 없어 차로 옆 인도를 따라 강을 곁에 두고 걸어나간다. 템즈강은 장마철의 한강처럼 흙탕물에 가까운 색깔을 하고 있었고, 수면으로 건물들의 파사드가 반사될 틈을 주지 않았다. 런던에 도착해서 처음 마주했던 황갈색 빛 건물들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색깔이다. 동시에 묘하게 한강의 스카이라인이 떠올랐다가, 미국식 시장경제 모델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우리나라가 떠오르고,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 영국의 청교도인들이 떠오르고.. 생각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다시 떠오른다.
내가 향하는 곳은 테이트 모던. 한 번쯤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영국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이 기대대기도 하지만, 옛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서사에 더 매료된다. 아무리 봐도 지금의 런던 지도에서 테이트 모던이 있는 자리는 화력발전소가 있기에는 부적절한 위치였고, 그렇기에 폐공간으로 방치된 이곳을 예술과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을 때 그 효과는 극적이었던 것 같다. 나는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을 나란히 이어주는 보행교, 일명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넜다. 저 멀리 런던 브릿지의 앙증맞은 쌍둥이 첨탑은 120여 년 전 세워졌고, 이 현대적이고 기하학적인 보행교는 20여 년 전 세워졌다.
밀레니얼 브릿지를 건너 도착한 테이트 모던 앞에는 한 남자와 그의 아이들이 커다란 비눗방울을 만들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회색이나 황갈색이 가득 채운 런던의 풍경 안에서 무지개색깔 기름띠를 굴리며 둥둥 떠오르는 비눗방울은 터질 듯 터지지 않으면서 풍경을 키워나갔다.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볼품 없었던 테이트 모던은 내부가 거대하게 리노베이션이 되어 있어서, 실내로 들어가면 외관과는 전혀 딴판인 공간이 나타난다. 영국의 현대미술은 기껏해야 대학시절 미술시장을 공부할 때 잠시 자료를 찾아봤던 게 전부다. 그렇긴 해도 테이트 모던에는 전세계에서 온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들도 다수 있다. 반나절 정도 테이트 모던에 할애하긴 했지만, 퐁피두 센터와 마찬가지로 워낙 전시공간이 넓기 때문에 산책하는 기분으로 미술관을 둘러보았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퐁피두 센터의 작품들을 관람하기 위해 세 차례 퐁피두 센터를 찾았으니 말이다. 같은 현대미술이라 해도 퐁피두 센터에서는 낯익은 작가들이 꽤 보였었는데, 테이트 모던의 경우 이름을 알지 못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들도 많았다.
이후 나는 저녁에 묵을 숙소를 가기 위해 타워 힐(Tower Hill) 역으로 갔다. 숙박을 예약해두지 않은 채 리옹을 갔다가 한 번 크게 데인 적이 있었던 나는 살인적인 런던의 물가에도 불구하고 가격대가 나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 한 곳을 서둘러 예약했다. 나는 안면을 튼 한 흑인 친구(S)와 올드게이트(Aldgate) 일대에서 간단히 식료품을 사고오고 피자를 테이크아웃했다. 숙소의 바(Bar)로 자리를 옮겨 포장해 온 피자를 먹으며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게임에 여념이 없는 어린 학생들을 구경한다. 우리나라의 가수 비를 좋아한다는 S의 이야기, 런던에 정착한 인도사람들의 특징, 저렴한 숙소를 찾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밤이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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