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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 화산(华山; Huà Shān), 오악(五岳) 중 제일 높은 것은 화산이라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5. 6. 16:38
우리는 고속철을 이용해 화산북역으로 갑니다 화산북역 도착! :D 이른 아침 향한 곳은 시안북역이다. 역이라는 명칭이 부족할 만큼 차라리 소규모 공항에 가까운 크기다. 우리는 코앞에서 기차를 놓쳤기 때문에 한 시간 후에 있는 또 다른 기차가 오기까지 카페에서 카페인을 충전하며 시간을 보냈다. 맨 처음에는 고속철에서 가까운 큰산이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화산북역이라는 역이 있어서 산에 가기가 수월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산은 산인지라, 말이 역에서 가깝지 역에서 내린 후에 두 차례나 버스를 타야 한다. 첫 번째는 시영(市營) 버스를 타야 하는데 시안북역 광장의 끄트머리에 정류소가 있고 수시로 버스가 오간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버스가 화산북역~화산입구간을 연결하기는 하지만 노선이 약간 달라서 훨씬 우회하는 노선이 있었다) 화산입구까지 실어나르는 사람이 꽤 많은데도 버스를 무료로 운영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도 했고, 이런 게 옛 사회주의 국가의 흔적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두 번째 버스는 다소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 점심으로 화산입구 앞에서 샨시성의 명물이라는 비앙비앙면(彪彪面)—내가 면발을 삼키는 건지 면발이 나를 집어삼키는 건지 알 수 없는 무지막지한 굵기의 면발이었다—을 먹고 점심시간이 되기 직전에 버스에 올라탔다. 점심시간이 되어 배차간격이 뜸해지기 전에 잘 올라탄 것 같다. 미시령을 연상시키는 굽잇길이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되고, 이러한 여정을 50분쯤 참아냈을 때일까 드디어 화산의 마지막 입구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시야에 들어오기만 했을 뿐, 등산의 시작인 케이블가 탑승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꽤 올라가야했다. 경로의 중간에 위치한 휴게소에서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고수, 정향, 육두구 따위의 냄새가 뒤섞여 풍겨온다.
드디어 케이블카 탑승!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좀 이런 표현이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 동양화에 나오는 산들은 작은 산으로 느껴질 만한 스케일이었다;; 이런 곳에 어떻게 케이블카를 설치했는지 아슬아슬할 뿐.. 기암괴석이 어디서 솟아올라왔냐는 듯 저 멀리로는 끝없는 평원이 펼쳐진다 케이블카에 대한 글은 몇몇 블로그에서 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스케일이 대단하다. 나는 많은 사람들처럼 서봉→북봉 코스를 택했는데, 서봉으로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보이는 경치가 그밖의 다른 경치를 상쇄할 만큼 압권(壓卷)이다. 우선 케이블카부터가 남다른데 케이블카가 산 하나를 넘는다;; 이제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되는건가 하는 지점에서 케이블카가 그대로 산을 넘고 내려갔다가 다시 기암절벽을 타고 오르는데 정말 기겁했다. 특히 산 하나를 넘는 순간 산에 가려보이지 않던 서봉의 웅장한 위용이 꼭대기부터 서서히 드러나는데 이게 굉장히x100 볼 만하다.
문제는 산봉우리를 하나 넘는 지점에서부터 케이블카의 고도가 급격히 높아져서 (나처럼) 약간 고소공포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순간이 한없이 길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서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하나 남겨주겠다며 자리를 뒤바꾸자고 말씀하셨는데, 오금이 저려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거의 기어가다시피 해서 자리를 바꿀 수 있었다^-^ 다시 타라 해도 안 탈 것 같다. 여하간 서봉으로 오르는 길이 워낙 가파르다보니 케이블카 길을 내기 위해 아예 기암에다 터널까지 뚫었는데, 지나친 관광자원 개발인 것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워낙 산의 규모가 커서 터널의 존재조차 그리 티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어서 중국이 크긴 큰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산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 케이블카에서 올려다본 서봉의 풍광을 워낙 좋아하셨기 때문에 나야 힘들었든 어땠든 마음이 흐뭇했다.
서봉으로 오르는 길 서봉에 자리잡은 취운관 우리나라의 산과 선이 다른 중국의 산 서봉 내려오는 길 이날 날씨가 참 좋았다. 시안(西安)은 충칭(中慶)과 더불어 중국내에서 대기오염 1위를 앞다투는 도시이고, 특히나 요즘에는 중국정부의 내륙개발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도시이니 만큼, 여행을 오기 전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컸다. 4일이라는 제한된 기간 안에서 날짜를 얼마나 고를 수 있었겠냐마는 4일중에서도 이틀째 날씨가 가장 맑을 것으로 예보가 되어서 이날을 화산(华山) 가는 날로 낙점했다. 다행히도 이날 날씨가 쾌청했고 머얼리 평원까지 한눈에 바라다보였다.
화산은 태산(泰山), 형산(衡山), 항산(恒山), 숭산(崇山)과 더불어 중국의 오악(五岳)으로 꼽히는 산으로, 이 다섯 형제 가운데 높이가 가장 높다. (남봉 기준 2,154m) 이 다섯 산 중에서는 숭산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중악(中岳)으로 불리지만, 실제 오늘날 중국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화산이 지리적으로 중앙에 위치한 듯하다. 가장 험준하기도 하고 절경이 빼어난 서봉~남봉~동봉은 비교적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고 등산하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다. 반면 외따로 떨어진 북봉으로는 트레킹에 약간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서봉→북봉 방면으로 코스를 짜는 것은 순전히 고도 차이 때문이다. 반대 방면으로 코스를 짜게 되면 산행 내내 가파른 오르막을 걸어야 하기 때문. 덧붙여 곳곳에 산장이 있기 때문에 며칠을 잡고 케이블카의 도움없이 산행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케이블카의 설치로 인해 하루만에 화산의 절경을 둘러보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90% 이상의 사람들은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것 같다. (왜냐면 산장이 텅텅 비어있기 때문;;)
이 정도면 기울기가 80도 정도 되는 건감..?! 남봉 오르는 길에 뒤돌아본 서봉! 외로운 고목(枯木) 자연 그대로 산길을 터놓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이렇게 험한 산에도 계단을 잘 내놓아서 산행을 한다기보다는 도보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다. 남서쪽으로는 친링산맥을 이루는 산줄기들이 성난듯 굽이치고 북쪽을 바라보면 드넓은 평원이 이 산을 에워싸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마주하기 어려운 대평원인지라 이런 풍경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기도 하고 서유기(西遊記)의 무대는 어디쯤일까 머릿속으로 그림도 그려본다. 중국산을 오르면서 처음 느꼈던 차이는 나무의 색깔 차이였다. 늦겨울에서 초봄으로 너머가는 시점의 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날씨라면 짙은 회갈색을 띠는데, 이곳은 황하(黃河)의 땅이어서 그런 것일까 약간의 황색이 감도는 다갈색을 띠어서 약간은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실제로 기후가 서울보다는 좀 더 따듯했기 때문에 산아래에는 벚나무와 매화가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높은 산이다보니 서봉 케이블카에서 내렸을 때는 잔설(殘雪)이 봄기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득히 쌓여 있었다.
남봉에 올라서 보니 서봉도 작아보인다;; 삼공도(三公圖), 누구를 기리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작명 하나는 잘한 것 같다:) 조양봉(朝陽峯)이라고도 불리는 남봉에서 바라본 겨울과 봄의 경계 경치를 보기에는 아무래도 가장 높은 남봉이 제일 좋다. 문제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정상이 발디딜 틈 없이 사람으로 붐빈다. 아버지 사진만 건져도 다행이겠다 싶어서 아버지를 줄에 서게 하고 나는 휴대폰을 든 채 대기하고 있는데 정말 무질서하다;; 사진촬영을 장사로 하는 사람들까지 가세해서 조금이라도 사진을 더 찍겠다고 아우성. 다행히 아버지 사진도 남길 수 있었고, 베이징에서 있었던 육탄전(?)의 불상사도 피할 수 있었다. 이런 좋은 경치 앞에서는 조금만 시민의식을 갖춰주면 안 되는 건지..=_=
멀리 보이는 것은 요자전신(鷂子轉身) 오성홍기와 작은 종루 동봉 오르는 길과 일찍 얼굴치장을 마친 상현달 남봉에서 동봉으로 방향을 틀면서부터는 인파가 급격히 줄어든다. 깎아지를 듯한 낭떠러지에 어떻게 뿌리를 내렸는지 소나무들이 독야청청(獨也靑靑) 산을 지키고 서 있고, 저 아래 작은 봉우리에는 돌로된 기정(棋亭) 한 채가 소나무처럼 좁은 바닥을 집삼아 과묵하게 자리를 지킨다. 노사부(老師父)가 금방이라도 돌기둥 뒤에서 흰 수염을 쓸어내리며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요자전신(鷂子轉身)이다. 해가 중천을 넘기면서 동봉으로 오르는 길에 보이는 하늘이 유달리 군청색을 띠었다.
사실 이 요자전신에 앞서 장공잔도(長空棧道)라 해서 낭떠러지 위해 널판지 몇 조각으로 길을 내어놓은 위태로은 장소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등산로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이미 이 산을 방문한 적이 있었던 J가 화산에 가거든 꼭 들러보라고 한 장소였다. 지나치며 보니까 생각했던 것만큼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워낙 현지인 인파가 대단해서 그냥 생략했다. 멀리서 봐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남봉에서 바라본 화산의 풍경이 화산(華山)이라는 이름 그대로처럼 화려함의 극치였다면, 비교적 산의 가장자리에 잡은 동봉(낙안봉)은 차분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였다. 요자전신이라는 정자 하나가 풍경에 이정표를 찍고 있었고, 그 왼편으로는 화산이라는 존재를 무색케 하는 평원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평원 위에 인공적으로 못박힌 흰색 점들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밤하늘 별처럼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풍력발전기의 터빈이 둥실둥실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요자전신(鷂子轉身) #1 요자전신(鷂子轉身) #2 점심으로 비앙비앙면을 먹은 뒤 바로 옆 편의점에서 구입한 초콜릿을 요기로 해결하고 다시 길을 서둘렀다. 서봉~남봉~동봉을 둘러봤을 때보다는 약간 더 긴 길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내리막길이 이어지니 그리 힘든 길은 아닐 것이다. (물론 내리막길이 더 위험한 법이지만..) 좀 전까지 선명한 풍광을 비춰주었던 햇빛을 뒤로 등지고 우리는 북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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