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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종루(鐘樓)와 회족거리(回民街), 중심(中心) 같은 변방(邊方)에 서서여행/2019 중국 西安 2019. 6. 1. 14:32
종루(鐘樓) 시안 외곽에서 시안 시내로 진입하는 길은 주말답게도 심한 교통정체 상태였고, 우리가 탄 버스는 거북이걸음으로 느릿느릿 옆 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곤 했다. 버스의 종착점인 롱하이(陇海) 호텔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약간 지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여행의 마지막 날 저녁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어서 종루를 가기로 결심. 우커우뤼(五口路) 역에서 종루 역까지는 지하철로 불과 두 정거장 거리지만 한 번 환승을 해야했다.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도보로 종루까지 이동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과욕이었는지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를 가는 데 두 시간 가까이 허비한 것 같다.
고루(敲樓) 가까이서 본 고루(敲樓) 종루 일대는 과연 듣던 대로 대단히 번화했다. 높은 빌딩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종류의 상점이 즐비하고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도 무척 많았다. 사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종루를 시안 여행의 거점으로 이용하는데, 이렇게 유동인구가 많은 것을 보면 그럴 만한 장점이 있는가보다 싶지만—아마도 좋은 호텔이 많다는 점이 제일 크지 않을까—개인적으로는 너무 번화해서 정신이 없었다;;
베이징이든 시안이든 중국의 오래된 도시에는 종루와 고루가 있다. 나란히 서 있는 두 건축물을 보면, 이 화려한 네온사인 바다에서도 내가 있는 곳이 동양의 어느 큰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족거리는 종루에서 약간 빗겨서 있는 고루의 뒷편으로 실핏줄처럼 퍼져 있다.
회족거리 메인 스트릿 회족거리 #1 회족거리 #2 회족거리에 체류한 시간은 길지 않지만, 짧은 시간 동안 회족거리에서 받은 인상은 강렬했다. 간쑤성에서 실크로드를 따라 여행을 할 때 자주 보던 차림새의 사람들이 보였다. 남자들은 흰 색 모자를 쓰고 여자들은 가벼운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하지만 생김새는 일반 중국사람들(한족)과 큰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양고기를 즐겨먹고 종교에 맞게 복장을 갖춘다는 사실에서 회족(回族)이 이슬람교도임을 알 수 있지만, 똑같이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위구르족과는 다르다. 투르크계 이슬람교도인 위구르족이 청조(淸朝)에 중국으로 편입된 반면, 아라비아계 이슬람교도인 회족은 실크로드를 통해 아라비아와 중국간 상거래가 활발하던 당나라 시절부터 정착하기 시작했으므로 그 유래가 길다. 달리 말하자면, 위구르족과 달리 회족은 한족화(漢族化)가 많이 진행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반면 아직 한족과 마찰을 겪고 있는 위구르족의 경우, 자치구인 신장 위구르 지역뿐만 아니라 베이징에서도 자치독립을 위해 유혈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회족거리 #3 회족거리 #4 회족거리 #5 회족(回族). 우리가 이슬람교를 한자어로 회교(回敎)라 하는 것은 바로 이 회족(回族)에서 유래했다. 중국에서 정착한 역사가 오래 된 만큼 중국내 이슬람 문화에서 회족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고많은 한자 가운데 '회(回)'라는 한자를 쓴 것 역시, 메카의 카바 신전 주위를 원을 그리는 도는 무슬림들의 믿음을 빗대어 사용한 것이라고.
또한 서양에서 성경 속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슬람권 사람들은 마호메트 또는 무함마드라는 이름을 즐겨 쓰는데, 중국에 정착한 이들 회족은 한자 가운데 '마(馬)'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고 한다. 어찌 됐든 중국이라는 통제국가에서 소수민족으로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편에 속하는 회족은, 종교적으로 형제라 할 수 있는 위구르족보다는 형편이 훨씬 좋은 편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는 인위적인 방식으로 한족화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용소에 억류한 뒤 정신교육을 실시하는 인권 침해도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으므로.. 반면 시안은 중국 동부해안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외 자본가들에게 떠오르는 투자처다.
회족거리 #6 회족거리 #7 회족거리 #8 각설하고 이곳의 풍경은 사람들이 보통 머릿속에 그리는 중국의 풍경과는 좀 다르다. 어딜 가도 사람들은 두건 같은 것을 두르고 있고, 고기라고는 양고기밖에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정치를 움직이는 베이징, 경제를 움직이는 상하이와는 다른, 이색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물흘러가듯 문제 없이 흘러가고, 종루의 밤은 화려하다. 중심(中心) 같은 변방(邊方). 나는 이곳을 이렇게 칭하기로 했다.
한때 한족의 수도를 자처했던 도시, 시안(西安). 한족이 인구 구성의 다수를 차지한다고는 해도 회족의 색채를 지워낼 수 없는 도시, 시안(西安). 시안의 정체성은 명료하지 않지만, 정체성이 명료하지 않다고 해서 도시가 멈추지는 않는다. 회족거리에서 짧은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한 꼬마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내 옆을 스쳐지나간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밤공기를 가르며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젊은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오랜 전통이 남아 있는 동시에 현재의 최첨단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도시, 시안(西安). 변방 저쯤 어딘가에서 마지막 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돌아갈 때는 지하철을 타기로..=_= 체조를 하는 아주머니들 롱보드를 즐기는 시안의 젊은이들 '여행 > 2019 중국 西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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