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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의 일기: 변덕(變德)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28. 18:51
# 오전에 논문을 읽고 오후에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과제를 한 하루다. 이번 학기 두 번째로 맞이하는 바캉스는 지난 번 바캉스와는 다르게 학교가 유난히 한산한 느낌이다. 특히 기숙사가 조용해서 평소 시끌벅적하던 공용주방도 요새는 휑할 만큼 조용하고 식당도 배식대를 줄여서 운영하고 있다. 기숙사는 더더욱이 파리에 살지 않는 학생들 위주여서 학생들이 파리를 떠난 뒤에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 요즘 문화인류학 수업은 객원을 초대해 주제를 하나씩 다루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객원 발표자가 발표를 시작할 때 노트북을 보고 있던 나는 처음에 환청을 들은 줄 알았다. 발표자가 언어장애(말더듬)가 있어서 한 발음에서 다음 발음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화법을 쓰고 있었는데 그 정도가 꽤 심한 듯했다. 소수자에 대한 동등한 처우가 강조되고 실천하는 것까지 중요시되는 이곳에서, 연구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똑같이 발표하고 토론의 기회를 갖는 게 이곳의 분위기다. 머리로는 알아도 이런 환경을 경험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문화충격이었다.
다만 발표자가 자신의 연구 주제에 심취한 나머지 시간 운영이 조금 지체되었는데,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던 한 학생이 지나간 내용을 다시 한 번 설명해 달라고 질문하더니 몇 분 후에 단단히 화가 난 듯 수업 도중 교실을 나갔다. 나라고 문화인류학이라는 게 애당초 영 생소하지만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듣고 있는데, 그 학생은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본인에 대해 화가 난 건지 발표자에게 화가 난 건지, 수업 중간에 부산스럽게 나가버렸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는 아무리 뭘 해도 개의치 않는 편인 이곳 학생들도 잠깐 주의를 뺏기는 모양이었다.
# 프랑스인 친구를 사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파리 사람들이 그런 건지, 이곳 학생들이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면 프랑스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변덕스럽다. 어제까지 밝게 인사하다가도 다음날에는 갑자기 모른 척을 하는데, 무슨 심리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상냥한 것 같으면서도 그들이 보이는 태도가 대단히 피상적인 것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가끔 상대하다가 지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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