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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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의 일기: 반환점(point de retour)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7. 00:08
# 오후 여섯 시까지 학교 안 카페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여섯 시를 조금 넘겨 앙리 5세 고등학교 앞에서 75번 버스를 타고 마레지구 북단까지 나가 보았다. 중간에 공사중인 구간이 있어서 버스가 오텔 드빌 구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퐁피두 센터 방향으로 크게 우회했다. 예고되지 않은 파업이나 공사, 경찰 배치는 따로 정보를 구하기가 막막해서 버스가 노선을 벗어날 때마다 아직도 당황스럽다. 정차하지 않는 정류소가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와도 우회 구간이 길어지면 버스가 멈춰설 때까지 마냥 넋놓고 있는 수밖에 없다. 텅플 광장에서 내린 다음, 비에이으 뒤 텅플르 가(R Vielle du Temple)를 따라 목적지도 없이 센 강까지 걸어내려 왔다. 이 길목은 기분 전환을 할 때 가장 자주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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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의 일기: 운수 좋은 날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5. 17:35
# 오늘 아침은 약속이 취소되는 일로 시작되었다. 약속이 있든 없든 요새 대체로 학교에 머물고 있기는 하지만, 약속 직전에 취소라니 유쾌하지만은 않다. 몇 주 전부터 부르트기 시작한 입술은 점점 더 불그스름하게 부어올라 입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차라리 약속이 취소되길 잘 됐다 싶기도 하다. 오전에 학교에 있다가 점심에 가장 가까운 약국을 찾아 처치할 수 있는 크림을 샀다. 20.80유로. 쉽게 돈이 샌다. 2주 동안 열심히 발랐던 크림보다는 다행히 효과가 훨씬 좋다. 돈 좋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 학생식당권을 30유로 충전했는데 충전금액이 인식되지 않아 식당 카운터에서 태깅을 하니 빨강으로 외상금액이 뜬다. 내일은 시스템 연동이 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고른 메뉴는 남은 재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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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의 일기: 수영(la natation)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4. 16:29
# 오전 오후를 학교 도서관에서 보내고 오후 다섯 시쯤 14구에 있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Piscine Thérèse et Jeanne Brulé’라는 수영장으로 포흐트 도흘레엉(Porte d’Orléans)과 바로 맞닿은 곳이다. 이전부터 수영장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깨 결림이 생각보다 오래 이어져서 오늘은 기필코(!!) 수영장을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랑스에 오면 운동할 경우를 대비해서 한국에서 수영복과 수영모, 수경 일체는 챙겨온 상태였다. 진작부터 수영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선뜻 수영장을 찾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수영장에 갔다가 예상치 못한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5구를 중심으로 수영장을 가장 먼저 알아봤었지만, 재정비로 개장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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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의 일기: 신발도 길이 들어야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3. 20:02
# 여전히 곤혹스러운 일요일이 왔다. 도서관마저 문을 닫고 식사를 해결하기도 가장 곤란한 날이다. 원래는 이번 주말 여행이라도 다녀오려다가, 지난 남서부 지방을 다녀오며 쓴 여행경비를 결산해보니 적지 않은 지출이 발생해서 잠정 보류했다. 숙소든 교통이든 최저가격으로 다녀왔는데도—예를 들면 ‘le moin cher’라는 표시가 뜨는 열차표로만 이동하고 숙박은 최대 하루 60~70유로 선에서 해결했다, 당연히 기념품을 산 일도 없었고..—일단 파리를 벗어나는 순간 비용이 불어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곰곰히 따져보면 내가 다녀온 툴루즈만 해도 파리로부터 680km 가량 떨어져 있다보니 사실상 마르세유(파리에서 780km)를 다녀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서울에서 부산까지가 400km 정도다. 그렇다보니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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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의 일기: 시간을 내 편으로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2. 21:28
# 오늘은 세 번째로 오르세 미술관에 다녀왔다. 아침에 미술관을 찾았지만 주말인 만큼 사람이 많은 편이다. 오늘은 꼭 고흐와 고갱 작품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5층을 먼저 향했다. 5층은 유명한 인상파 작품들이 많이 몰려 있어서 항상 붐비는 공간이고, 고흐의 전시실은 그 안에서도 가장 붐빈다. 막상 바로 옆 고갱 전시실로 넘어가면 사람이 확 줄어든다. 후기 인상파인 고흐와 고갱의 전시실을 나온 다음 지난 번에 보았던 인상파 전시실의 작품들도 다시 한 번 쓱 둘러 보았다. 오늘 방문에서 재발견한 화가는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이었다. 그림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가장 프랑스적인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다. 한편 전시실 벤치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르누아르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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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의 일기: 한파(寒波)Vᵉ arrondissement de Paris/Avril 2022. 4. 1. 17:52
# 오늘은 주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시간을 보냈다. 원래 오전에 오르세 미술관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전날 새벽 L과 갑작스럽게 오전 약속을 잡게 되었다. 아침에 민음사에서 나온 보들레르의 『악의 꽃(Fleurs du mal)』을 들고 나왔다. 왼쪽 페이지는 프랑스어 원문으로 오른쪽 페이지는 한국어 원문으로 되어 있고, 핑크색 표지가 퍽 감각적인 느낌이 있어 프랑스인들의 취향에 잘 맞을 것 같았다. 원래는 책을 완독하고 나서 L에게 줄 생각이었지만, 시(詩)라는 게 음미해가면서 읽어야 하는데 앞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지금까지 적당히 읽은 걸로 만족하고 L에게 줄 겸 챙겨서 나왔다. # 오후에는 중국인 친구인 Z와 잠시 산책을 하고 (둘 모두 붐비는 시간을 피해 학생식당에 오다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