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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낙엽을 타고(Kuolleet lehdet)일상/film 2024. 1. 21. 07:15
pannussa homeinen kahvi ja lattialla astiat sade huuhtoo ikkunoita eipä tarvitse niitä itse pestä ei mikään enää lähtemästä estä mut oon kuin betoniin valettu polviin saakka selässä näkymätön tuhatkiIoinen taakka vaik edessä ois enää yksi rasti en tiedä jaksanko hautaan asti olen vankina täällä ikuisesti myös hautausmaata kiertävät aidat kun päättyisi viimein maallinen pesti mut syvempään kui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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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혁명(The long revolution)일상/book 2024. 1. 20. 10:17
우리 시대로 가까이 올수록 두 가지 점이 널리 강조되어왔다. 단순한 종류의 유물론에 대한 믿음이 증대하면서 대개는 초자연적 현실을 부정하는 경향이 수반되었고, 이에 따라 예술을 ‘현실의 반영’(모방), 혹은 좀더 세심하게 말하면 ‘현실의 조직’으로 볼 여지도 생겨났다. 반면에 프로이트와 융을 비롯한 새로운 심리학은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어떤 현실이 있다는 주장을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되풀이해왔다. 인간은 통상적 방법으로는 여기 도달할 수 없는데, 여기가 새로운 과학과 예술의 입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p. 37 커뮤니케이션은 독특한 경험을 공동의 경험으로 만드는 과정이며, 무엇보다도 삶의 권리다. 우리가 어떤 종류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말하는 것은 바로 ‘나는 이런 방식으로 살고 있다, 왜냐하면 이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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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행주제 있는 글/山 2024. 1. 15. 11:06
작년 여름 즈음부터 참여했던 모임이 있다. 꾸준히 운동을 하던 곳에서 추가적으로 운동하는 소모임이 결성된 것. 사교적인 모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나름 큰 결심이었고, 아직까지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루는 새해를 맞아 이 모임에서 등산을 하기로 했다. 도봉산을 오르기로 한 것. 여덟 시 반 도봉산역 1번 출구에 집합, 탐방로 앞까지 주욱 이어진 가판대를 지나 도봉산에 접어들었다. 도봉산은 초등학교 때 오르고 처음인데, 당시 만만치 않았던 산인 것만큼은 꼭 기억하고 있다. 어린 눈에 보기에도 까마득한 절벽이 많은 곳이었으니까. 11월 단풍구경차 찾았던 내장산보다는 낮은 산이고 최근에 등산을 다녀왔기 때문에 산을 오르는 데 크게 힘이 들지는 않았지만, 겨울산은 미끄러워서 내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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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곳에 서서여행/2024 함박눈 공주 2024. 1. 12. 13:26
이번 공주 여행에서 가장 와보고 싶었던 곳은 사실 외진 곳에 자리잡은 한 카페였다. 나는 지도를 보고 빨리 정보를 파악하는 편인데, 이 카페라면 딱 내가 좋아할 만한 곳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비가 숨어살며 복을 누린다'는 카페이름의 숨은뜻까지도 마음에 든다. 가끔은 마음에 드는 카페 한 곳을 가보고 싶다는 그런 미친 생각으로 먼 길을 떠나기도 한다. 우리의 삶이 대체로 불가해하듯이.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산자락에 위치한 이곳 카페는 차량을 이용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카페 맞은 편 작은 절벽에는 저녁에 가까워진 햇살이 헐벗은 나뭇가지에 찌를 듯이 내리꽂힌다. 늘 시원한 음료를 찾는 나는, 조금 전까지의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실내에 들어서자 이내 자동적으로 차가운 음료를 주문했다. 짧은 시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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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강을 따라여행/2024 함박눈 공주 2024. 1. 11. 19:48
공주는 작년 여름 수해를 크게 입은 지역 중 하나다. 수해는 유적지도 빗겨가지 않아서 공산성 역시 물에 잠기는 불상사를 피하지 못했다. 다행히 무령왕릉 매표소에서 확인해보니 공산성도 둘러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서 무령왕릉 다음으로는 공산성을 가보기로 했다. 성(城)의 서문이자 정문인 금서루에 도착하자, 가파른 비탈 아래로 마흔세 개에 달하는 공적비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입구에서 회전교차로 쪽을 바라보면 가운데에는 무령왕의 거대한 동상이 있고, 그 뒤로는 무령왕릉을 닮은 아치형 관문이 서 있다. 원래는 공산정을 출발점으로 시계 방향으로 성벽을 따라 걸으려 했지만, 공사구간이 있어 반시계 방향으로 성벽을 걸었다. 부소산성과는 다른 걷는 재미가 있고, 방위체계에 따라 성의 동쪽에는 청룡 깃발이, 서쪽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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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됨의 새로움여행/2024 함박눈 공주 2024. 1. 10. 23:01
즉흥적으로 떠나는 당일치기 여행. 이번에는 공주다. 공주는 개인적으로 낯설지 않은 도시지만 한번도 여행을 위해 들른 적은 없는 곳이다. 근래에 제민천 일대를 중심으로 도시 재생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들어서, 백제의 옛 수도가 아닌 새로운 도시공간으로서 공주를 찾게 되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첫 공주 여행이었던 만큼 유적지를 주로 둘러보게 되었지만. 이동수단은 KTX 산천. 내가 탄 열차는 익산에서 여수와 목포로 분기하는 열차였다. 내 자리는 오른쪽 창가석이었고 시야가 탁 트인 창문 바로 옆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다.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는 용산역에서 잠시 정차한 뒤 한강철교에 올라선다. 그러면 저 먼 발치에서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강철교를 건널 때마다 항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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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일상/book 2024. 1. 6. 20:51
자주 찾는 카페에서 감사하게도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 표지에 묘령(妙齡)의 그림이 그려진 이 책은,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림이 글을 닮아가고 글이 그림을 닮아가는, 글과 그림 사이에서 새로운 창작행위를 모색하는 형태의 작품이다. 정오가 넘도록 늦잠을 잔 어느날,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상태에 만족스러워하며 무얼 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책을 들고 집앞 카페를 찾았다. "보도블록의 요철을 디딜 때마다 전해지는 발바닥의 울렁거림 틈 안쪽 어딘가 새겨지는 굴곡" (p.44 중) 작품에서 가장 먼저 발견하는 특징은 글 안에 마침표가 없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 호흡에 변화를 주는 것은 고작해야 쉼표 정도다. 마침표가 없다고 해서 독서가 숨가쁜 것은 아니다. 종결어미로 끝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