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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젠의 로마사 V: 혁명: 농지개혁부터 드루수스의 개혁 시도까지일상/book 2021. 3. 15. 02:59
멀리서는 이렇게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사태는 전혀 달랐다. 귀족정 정부는 스스로의 업적을 망가뜨린 모든 일을 행하고 있었다. 칸나이 패자와 자마 승자의 아들과 손자가 아버지와 할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원로원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다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확고한 부와 물려받은 정치적 지위를 가진 소수의 폐쇄적 가문들이 정부를 이끄는 곳에서, 이들은 위기의 시대에는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끈질긴 일관성과 영웅적 희생정신을 발휘했고, 평화의 시기에는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이고 느슨하게 국가를 운영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세습과 동료제에 있었다. 병원 물질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이것을 키우는 데는 우연이라는 태양이 필요했다. 더 이상 두려워할 나라가 없어지면 로마는 어떻게 될까라는 카토의 질문에 심오한 뜻이 담겨있다. 이 지점에 로마가 이르렀다. 로마가 두려워할 만한 이웃나라는 모두 정치적으로 파괴되었고, 한니발 전쟁이라는 엄숙한 학교에서 옛 질서 아래 교육받은 사람들은 죽음이 하나둘씩 데려갔고, 그렇게 그 마지막 인물인 노(老)카토의 목소리가 원로원과 광장에서 사라지기에 이르렀다. 젊은 세대가 정부에 들어왔고, 그 정책은 노(老)애국지사의 물음에 유감스러운 대답을 제출했다. 예속민 통치와 외교 정책이 이들의 손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앞서 설명했다. 내치 사안들에서 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더욱 역행하는 조치를 취했다. 만약 통치를 현안의 처리를 넘어서는 무엇이라고 한다면, 이 시대의 로마에 통치는 전무했다. 통치집단의 유일한 주요 이념은 오로지 그들 특권의 유지, 가능하다면 확대에 있었다. 국가는 최고 관직에 최선의 올바른 인물을 천거할 권리를 가지지 못했지만, 통치집단의 구성원 모두는 최고 국가관직의 출마 권리를 태생적으로 가졌다. 이 권리가 내부자들의 부당한 경쟁이나 국외자들의 합류로 결코 위축되지 않아야 했기에, 이들 당파는 집정관의 재선을 제한하거나 ‘신인’의 배제를 가장 중요한 정치적 목표로 삼았다.
—p. 103~104
이미 로마 건국 6세기의 로마 경제를 설명하면서 말했던 것처럼, 로마를 비롯하여 모든 고대 세계의 대규모 토지 경제는 노예노동에 기초했다. 투기가 벌어지는 곳에서는 언제나 예외 없이, 법적으로 동물로 격하된 인간이 도구로 투입되었다. 노예를 통해 대부분 수공업 공장도 운영되었고 이익은 주인의 몫이었다. 세금 징수 회사의 노예들은 일반적으로 낮은 단계에서 공공세금의 징수를 담당했다.
—p. 113
로마의 주권회의는, 대표자들이 아니라 모든 투표권자들이 의회에 모이려고 하는 영국의 주권회의였는데, 온갖 이해관계들과 온갖 욕망들이 사납게 뒤엉킨 흉악한 집단에 지나지 않았다. 지혜는 실종되었다. 사태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도 없고 스스로 무엇도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집단, 시민의 이름으로 수도 로마의 수백 수천 골목길에서 몇 명을 닥치는 대로 뽑아놓은 집단에 지나지 않았다.
......민회라는 녹슨 장치를 선거와 입법에 활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충분히 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군중, 그러니까 민회, 사실적으로 대중 집회가 정부를 공격하도록 허용되고 이런 공격의 방어장치를 원로원은 빼앗겼을 때, 이런 소위 시민체가 자신을 위해 모든 부속물을 포함한 농지를 국고에서 빼내 처결하게 되었을 때, 무산자들에 대한 관계와 영향력을 얻은 어떤 자가 골목길을 몇 시간 지배하게 허락되어, 그의 계획에 주권적 인민의 의지라는 법적 직인을 찍을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것은 인민자유의 시작이 아니라 종말이었는 바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에 이르렀다.
—p. 141~143
공공복리를 도모하려는 가이우스 그락쿠스의 모든 정책은 최선의 정책이었지만 동시에 분명 그의 입법 가운데 가장 인기가 없는 부분들을 귀족당파는 철폐했다. 그락쿠스의 계획들 가운데 가장 대범한 계획이 더없이 빨리, 더없이 성공적으로 파괴되었다. 그것은 우선 로마 시민과 이탈리아를, 이어 이탈리아와 속주들을 법률적으로 동등하게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오직 지배하고 소비하는 국민과 오직 복종하고 노동하는 국민의 차별을 없애고, 동시에 역사상 가장 조직적이고 가장 포괄적인 이민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계획이었다. 복위된 과두정은 노령의 지독한 완고함과 불길한 아집으로 낡은 시대의 원칙을 고수했다. 이탈리아는 지배하는 땅으로, 로마는 지배하는 도시로 남아야 한다는 원칙을 새롭게 재확인했다.
—p. 191
제한적이지만 무산자계급의 군복무는 매우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는 특히 아주 오래된 법령과 연관되어 일어났다. 이에 따르면 사령관은 매우 견고한 공화정 제도와 모순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의적으로 병사들에게 보상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유능하고 성공적인 병사는 노획한 전리품 중의 일부를 사령관에게 요구할 권리와 국가에게 획득한 토지 가운데 일부를 요구할 권리를 가졌다. 징집된 시민과 농부가 전쟁 복무를 공동체의 복리를 위해 짊어져야 할 부담으로 여기고, 전쟁 승리에서 그가 복무를 위해 입은 손실의 일부를 보전할 매우 적은 양의 보상을 요구했다면, 이와 달리 모병된 무산자계급은 현재를 위해 오직 그의 봉급만을 바라보며, 미래를 위해 그들은 그들을 받아줄 상이군인 요양소나 빈민구제소도 없는 상황에서 먼저 대대 깃발 아래 머물러 있고, 앞으로도 사회적 존립의 기반을 확보하지 않는 한 대대 깃발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
—p. 298
과두정과 독재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로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테오도르 몸젠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저자는 로마가 건국 6세기에 접어들면서 ‘위정자들이 총명하게 판단하는 것을 빼고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였다고 서술하는데, 과연 북아프리카 및 게르만족과의 전투에서 언제든 뇌물에 매수될 준비가 되어 있고 전리품을 가로챌 준비가 되어 있는 로마 귀족들의 이야기는 인류의 정치사가 오늘이나 과거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귀족 중심의 원로원에 의해 주도되던 과두정은 민중당파의 대두와 함께 커다란 정치적 압력에 처해지지만, 그락쿠스 형제에 의한 두 차례의 혁명 그리고 리비우스 드루수스에 의한 혁명에도 불구하고 코를 찌르는 위정자들의 부패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과두정을 대체할 수 있는 뾰족한 통치체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두 명의 그라쿠스에 의해 기성정치의 존재 이유에 의문이 제기되고, 마리우스라는 인물에 이르러서는 독재정의 기틀이 다져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인간사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락쿠스 시절에 서로 제휴를 맺었던 자본계급과 무산자 계급이, 마리우스 이후에 이르러서는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들어선다. 대신 귀족계급과 무산자 계급의 제휴라는 아주 아이러니한 합종연횡 이루어지기에 이른다. 이러한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에는 로마 속주의 토지 분배 문제와 사법권의 관할 문제에 관한 각 사회계층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너무 많은 지명과 너무 많은 인명이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현대정치에 대한 데자뷔와 함께 ‘인간에게 정말 올바른 정치적 역량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시종일관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x100) 재미있는 책이었다. 아쉬운 점은 테오도르 몸젠의 로마사 전집이 10권짜리로 기획되었는데 그 중 아직 5권까지밖에 출판되지 않아, 10권까지 완독하려면 꽤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신 같은 이유에서 이전에 읽다 말았던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의 찾아서」가 그 사이 완간된 덕에 이제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글로 옮겨갈 시간이다. À bientôt 로마사:)))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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