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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사랑이 없다일상/book 2021. 3. 4. 05:50
......이 세상은 사랑과 이별이 멸종된 이후의 세계 같았다. 사랑 없는 세대의 연애와 이별 없는 세대의 무감만이 횡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연애에 대해 무감한 청춘들에게서 다른 면모에서의 삶의 방식을 정비하는 듯한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커다래진 시대. 하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 시대. 쉽게 변질되는 사랑과 쉽게 인성을 망가뜨리는 이별을 겪는 일을 이 시대의 청춘들은 굳이 하려 하지 않는다. 연민도 시혜도 자기 자신에게 우선권을 주고, 물질적・정서적 풍요도 자기 자신에게 가장 우선권을 준다. 배려도 스스로에게 하고, 돌봄과 아낌도 희생도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행한다. 식당에서 물만 셀프로 따라 먹는 게 아니라, 주유소에서 주유만 셀프로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인생에서 스스로에게 그렇게 한다.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두 개체가 서로 연맹을 하듯 사랑하기도 한다......
—p. 138‘사랑’이라는 감정보다 ‘사랑함’이라는 행위와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쓰여진 책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산문 형식으로 쓰인 글들도 있고 수필도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작가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던 작가들에 대한 독후감 같은 것도 실려 있다. 작가가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들은 시인 이병률, 최경자, 그리고 페르난두 페소아다.
사랑함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내 관점과 비교해가면서 읽는 것도 좋았고, 작가가 소개한 작품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글을 접한 것도 좋았다. 가벼운 이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독서를 하는 동안 읽고 싶다는 생각을 든 책이 벌써 세 권이 넘는다. 차분한 톤도 좋고 번역이 필요 없는 책이라서도 좋았던 책이다:D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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