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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상・하 편에는 항상 비유로만 듣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등장한다. 성경 특성상 묘사는 많지 않고 서사가 빨리 전개되는 편인데,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장면은 정말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다. (뭔가 대단히 극적이고 처절한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표현이 매우 흔히 쓰이는 것에 비해, 이 에피소드가 아주 짤막하다는 것에 조금 놀라움을 느끼면서도, 이래서 원전을 자꾸 찾아봐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정확히 말하면 <메시지>도 원전은 아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이 말해서 부분적으로 알게 되는 것과 긴 맥락 안에서 내가 직접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아무래도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윗이 다윗성에서 머무르며 오랜 세월 예루살렘을 다스렸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예루살렘에 갔을 때 다윗성에 갔던 일을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그 때는 성경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갔었기 때문에, 다윗성을 가서도 그리 감흥이 크지 않았고 제법 사람들로 붐비는 비아 돌로로사와 달리 다윗성은 한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게다가 색색의 고철을 활용한 어느 서구 작가의 조각품이 성 안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제서야 사무엘을 무찌르고 다윗이 당당히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장면과, 반란을 일으킨 압살롬을 제압하고 다윗이 예루살렘을 수복하는 장면들이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그 옛날 요단강 일대에 살던 크고 작은 민족들이 매우 호전적이었다는 인상도 받았다. 창세기에서부터 줄곧 징벌이라는 소재가 강조된다. 열왕기에서 솔로몬의 이야기를 더 따라가보면서 이 세계종교의 원시적인 모습을 더 살펴볼 일이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보여주기 위한 공허한 제사 의식이겠습니까?
그분께서 원하시는 것은 그분의 말씀을 잘 듣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지,
거창한 종교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행하지 않는 것은
이교에 빠져 놀아나는 것보다 훨씬 더 악한 일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우쭐대는 것은
죽은 조상과 내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악한 일입니다.
왕께서 하나님의 명령을 거절했으니
그분께서도 왕의 왕권을 거절하실 것입니다.
—삼상 15:20-21
다윗이 대답했다. "너는 칼과 창과 도끼를 가지고 내게 오지만, 나는 네가 비웃고 저주하는 만군의 하나님,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나아간다. 바로 오늘 하나님께서 너를 내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 내가 너를 죽이고 네 머리를 베어서, 네 시체와 네 블레셋 동료들의 주검을 까마귀와 늑대들의 먹이로 던져 줄 것이다. 이스라엘에 참으로 놀라우신 하나님이 계심을 온 땅이 알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칼이나 창으로 구원하는 분이 아니심을 여기 모인 모든 사람이 깨닫게 될 것이다. 전투는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그분께서 너희를 우리 손에 손쉽게 넘겨주실 것이다.
—p. 삼상 17:45-47
이스라엘의 여인들아, 사울을 위해 울어라.
그가 너희를 최고의 무명과 비단으로 입혔고
아낌없이 치장해 주었다.
강한 용사들이 싸움의 한복판에서
쓰러지고 쓰러졌다!
요나단이 산에서 죽임을 당했다!
내 사랑하는 형제 요나단이여,그대의 죽음에 내 마음은 무너져 내리오.기적과도 같은 그대의 우정은내가 지금껏 알았던, 앞으로 알게 될그 무엇보다도 더한 사랑이었소.
—삼하 1:24-26
나 하나님이 네게 말한다. 나 하나님이 친히 네게 집을 지어 주겠다! 네 일생이 다하여 조상과 함께 묻힐 때에, 내가 네 자식, 네 몸에서 난 혈육을 일으켜 네 뒤를 잇게 하고 그의 통치를 견고히 세울 것이다. 그가 나를 높여 집을 지을 것이며, 나는 그 나라의 통치를 영원히 보장할 것이다. 나는 그에게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내게 아들이 될 것이다. 그가 잘못을 저지르면 내가 평소 하던 것처럼, 인생의 함정과 장애물로 그를 징계할 것이다. 그러나 앞선 왕 사울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내 자비로운 사랑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네 집안과 네 나라가 영원히 안전할 것이다. 내가 거기서 눈을 떼지 않을 것이다! 네 왕좌는 바위처럼 언제나 든든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p. 삼하 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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