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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해야만 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 짧다. 아이의 시선에서 순수한 형태의 사랑을 읽을 수 있었던 글,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아이의 눈동자에서 세상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글이었다. 삶을 비관하고 자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긍정할 수 있는 것은 모모(모하메드)와 같은 꼬마에게만 가능한 것일까. 이미 세상에 너무 많은 감정―그것이 애정이든 불편함이든 무심함이든―을 안고 있는 나 같은 어른은 모모가 경탄스럽기까지 하다. 모든 것은 담백해야 하고 간결해야 한다. 삶을 얻는 것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어떻게 살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삶 자체가 부정(否定)당할 뻔했던 소년이 삶이라는 만화경을 향해 가슴 펴고 마주하는 모습, 그 천진하고 개구진 모습에서 마음이 누그러지는 글이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철학자 흉내를 내느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p. 63
여러분은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좋다, ‘인샬라(신의 뜻대로)’. 하지만 이건 진심이 아니다. 단지 내가 훌륭한 회교도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뿐이다. 하여튼 그 사건이 내 감정을 건드렸고, 나는 어떤 끔찍한 폭력적인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런 감정은 내 속에서 치밀어오른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 위험했다.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 마치 내 속에 다른 다른 녀석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부짖고 땅바닥에 뒹굴고 벽에 머리를 찧었다.
-p. 64~65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p. 72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p. 96
정신이 맑을 때 로자 아줌마는 말하곤 했다. 완벽하게 죽고 싶다고. 죽은 다음에 또 가야 할 길이 남은 그런 죽음이 아닌.
-p. 172~173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p. 178
시간을 찾으려면 시간을 도둑맞은 쪽이 아니라 도둑질한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p. 179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p. 256
“선생님이 인정머리 없는 늙은 유태인이 아니고 심장이 제자리에 붙어 있는 진짜 유태인이라면, 좋은 일 한 번 해주세요. 로자 아줌마를 고통스런 생에서 구해주세요. 생이란 것은 아줌마를 엉덩이로 걷어차버렸어요. 그놈의 알지도 못하는 하느님 아버지란 작자 때문이에요. 그 작자는 어찌나 잘 숨어 있는지 낯짝도 안 보여요.”
-p. 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