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 피란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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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동시에 십만 명인 어떤 사람일상/book 2022. 10. 28. 12:53
처음엔 책을 재미있게 읽다가 도중에 현기증이 오는 것 같았다. 화자가 아주 이성적인 톤으로 복수(複數)의 자아에 대해 집요하게 분석하기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글들보다도 오히려 읽기가 까다로웠던 것 같다. 내가 바라보는 제1의 나, 제2의 나, 제3의 나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렇다고 서사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사가 있다.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절반을 더 읽고나서부터는 어느 순간 작가가 말하려는 걸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이후부터 다시 재미있게 읽기 시작했다. 글의 주제는 결국 다음과 같다. 현재를 사는 순간 나는 나를 알아볼 수 없다, 내가 나를 관찰하려는 순간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유리(遊離)된다, 나를 관찰하려는 순간에 발견하는 나는 나를 관찰하려는 나일 뿐 있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