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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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술애호가의 방일상/book 2021. 7. 20. 03:04
『인생사용법』도 읽어봐야겠다!! 요컨대 이 작품과 관련해 거의 병적이라 할 만한 매혹을 일으키는 요인은, 화가의 기술적 능력보다 공간적이면서도 시간적인 투시법의 실현에 있었다. 그러나 레스터 노박은 결론에서 결코 이러한 전망의 의미를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예술의 죽음을 나타내는 이미지이며, 자신의 고유한 표본을 무한히 반복하도록 운명지어진 이 세계에 대한 거울과 같은 반영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박은 관람객을 극도로 격앙시킨 모사화와 모사화 사이의 미세한 차이들이야말로, 예술가의 우울한 운명에 대한 최후의 표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작품에 나타난 이야기에 의해서만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가 이러한 차이를 통해 한순간이나마 예술의 기존 질서를 어지럽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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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노트일상/book 2020. 7. 2. 00:05
Tibi! 친한 친구여!Vale et me ama! 작별을 고한다!Dilectissime! 나의 소중한..Amicus amico! 친구여,Tibi eximo, carissime! 너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자크와 다니엘의 풋풋한―정말로 '풋풋하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우정을 읽어가면서, 나에게는 유년시절 이런 친구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을 했다. 가톨릭 교계에 권세를 행사하는 유권계급인 앙투안 자크의 집안과 프로테스탄티즘을 표방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다니엘의 가정은 겉보기에 확연히 대비된다. 하지만 이들의 치기어린 사랑―사랑이라고 표현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은 파리에서 마르세유로 향할 만큼 생생하고 하나의 지점을 향해 달려간다. 그것은 理想. 파리로 되돌아온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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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인상일상/book 2020. 6. 6. 23:19
샌드위치에 커피로 저녁을 떼우는 날이다. 저녁식사 따로 카페에서 독서하는 시간을 따로 할애하기 아깝다 싶은 날은 종종 간소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조금씩 살이 불어나니, 운동은 못하더라도 식사는 거창하게 하지 않겠다는 핑계도 된다. 이날 내 가방에 들어 있던 책은 레몽 루셀(Raymond Roussel)의 이다. 알제리와 서아프리카, 넓게는 중앙아프리카까지 프랑스의 식민국이 많았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레비 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가 를 통해 태평양 군도의 부족문화를 해부했던 것처럼 문화인류를 다룬 책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좋아했었다는 작가답게 범상한 내용이 아니다. 난해해서 초반에는 독서의 맥이 자꾸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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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일상/book 2020. 5. 3. 21:16
우리는 사랑해야만 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 짧다. 아이의 시선에서 순수한 형태의 사랑을 읽을 수 있었던 글,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아이의 눈동자에서 세상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글이었다. 삶을 비관하고 자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긍정할 수 있는 것은 모모(모하메드)와 같은 꼬마에게만 가능한 것일까. 이미 세상에 너무 많은 감정―그것이 애정이든 불편함이든 무심함이든―을 안고 있는 나 같은 어른은 모모가 경탄스럽기까지 하다. 모든 것은 담백해야 하고 간결해야 한다. 삶을 얻는 것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어떻게 살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삶 자체가 부정(否定)당할 뻔했던 소년이 삶이라는 만화경을 향해 가슴 펴고 마주하는 모습, 그 천진하고 개구진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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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Les choses)일상/book 2020. 3. 31. 02:51
사실 이 책을 이렇게 후딱 읽을 줄은 몰랐다. 카페 마감시간을 1시간 반 여 앞두고 140여 페이지 되는 이 책을 휘리릭 읽었다. 속독을 한 건 책을 얼른 읽은 다음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려던 생각에서였는데, 그것도 타이밍을 잃어서 다 읽은 책을 그냥 고스란히 들고 왔다;; 120% 내 상황을 잘 나타내준 소설이었고, 아마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나 다 느낄 법한 내용이었다. 사실 묘사가 너무 정확해서, 좀 더 장편소설이거나 아니면 연작이기를 바랐을 정도다. 물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뿌리부터 부자유하다는 느낌. 소확행을 바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부자이지 못한 자신에게 습관적으로 분노를 느끼는 일상. 보헤미안처럼 방랑하는 듯하지만, 행여 현재의 일상이 기획한 구조로부터 유리(遊離)될까봐 노심초사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