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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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4일상/book 2022. 2. 24. 19:06
개명(開明)에의 물결은 시시로 일고 있었으나, 그것이 일개 정권욕을 위한 이용물이든 외래 문물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이든 혹은 진실한 우국충정의 개혁운동이든 하여튼 개명의 물결은 오백 년 왕실을 주축으로 하여 썰물 밀물같이 밀려왔다가 밀려가곤 했는데 물론 역사의 필연의 과정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 혹은 신의 의지는 공명정대의 역학(力學)을 기간(基幹)으로 하되 잔가지 잔뿌리는 역사의, 신의 의지 밖에서 우연과 변칙이 시간 공간 속을 소요(逍遙)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다만 필경에는 우여곡절하여 그 기간으로 귀납될 것을 신이나 역사 그리고 예지의 사람들이 알고 있으며 믿고 있을 뿐이다. 지금 동방의 작은 등불 같은 조선의 백성들은 동트는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새벽잠을 깨고 자리에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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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일상/book 2022. 1. 8. 16:38
하루종일 어두침침하고 기분이 영 가라앉는 날씨다. 요 근래 무슨 생각에서인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을 집어들었다. 무거운 사회과학 서적이나 인문 서적은 좀처럼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한편 최근에는 자기 전에 최승자 시인의 시집을 끄적이면서 자주 접하지 않았던 시(詩)를 끄적이기도 했다. 늘 그렇듯 내 독서에는 대중이 없지만, 한국소설을, 그것도 근대 소설을 찾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다. 처음에는 통영 사투리와 토속적인 어휘가 등장해서 눈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일단 문장이 익자 술술 계속 읽게 된다. 중학교 때 읽었던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로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몰두해 읽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김약국의 딸들』은 내가 읽은 박경리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가 평소 어떤 세계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