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적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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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비사물일상/book 2024. 8. 5. 12:07
내가 그것을 홀대하고 그것이 내게 쓸데없더라도, 혹은 이런 것을 가치 있는 것이라고 부르는 것도 터무니 없을 것이다. 공기나 물처럼, 내가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할 때면 나는 무언가를 위반한다는 막연한 느낌이 든다. 뭉뚱그려서 말하면, 내가 위반하는 이유는 "자연"과 "문화"의 경계를 무단으로 넘나들기 때문이다. 가령 자연에 시시한 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엄하므로 자연을 위반하는 것이다. 가령 문화 바깥에서 가치를 논하는 것은 반인간주의이고 따라서 무엄함 이상이므로 문화를 위반하는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과연 자연과 문화의 경계는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이들 사이에는 도처에 무인지대가 있고 도처에서 은밀한 월경(越境)이 일어나지 않는가?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