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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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게르망트 쪽 I일상/book 2018. 8. 23. 00:05
그때 게르망트라는 이름은 산소나 다른 기체를 담은 작은 풍선과도 같아, 내가 만약 그 풍선을 터트려 안에 담겨 있는 걸 나오게만 한다면, 나는 그해의 콩브레 향기를, 바람에 살랑거리는 산사나무 꽃향기가 섞인 그날의 콩브레 향기를, 광장 한 모퉁이에서 비를 알리는 전조인 바람이 차례로 햇살을 날아가게 하고 성당 제의실 붉은 모직 양탄자를 펼쳐 놓고 거의 제라늄 분홍빛에 가까운 반짝이는 살색으로, 말하자면 환희 속에 그토록 축제에 고귀한 빛을 띠게 하는 바그너풍 부드러움으로 덧칠하던 향기를 호흡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오늘날에는 죽은 철자 가운데서 갑자기 실체가 꿈틀거리며 그 형태와 새겨진 모양이 느껴지는 아주 드문 순간을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의 현기증 나는 소용돌이 속에서 실질적인 용도로밖에 쓰이지 않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