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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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한 편, 역사 한 편일상/book 2020. 11. 20. 23:29
장 폴 사르트르는 철학가이기도 하지만 여러 문학작품을 남기기도 했는데, 그의 실존주의 철학을 접하기에 앞서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망설여졌다. 사실 사르트르의 작품 가운데 대표작이 뭔지도 잘 몰랐고,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그의 세계관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막연히 그의 작품을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하던 중, 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로캉탱이라는 한 남성이 관찰하는 일상을 그린 이 글은 흔히 말하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달리 말하면 주인공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종잡을 수 없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단어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막연하기도 하다. 바닷가에서 집어올린 조약돌 하나가 주인공 자신에게 구토감을 일으킨다는 소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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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일상/book 2020. 10. 31. 18:58
그 무엇이 나에게 일어났다.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것은 늘 있는 어떤 확신이라든지 자명한 일처럼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마치 병에 걸리듯이 닥쳐왔다. 그것은 조금씩 음흉하게 자리를 잡아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나 자신이 좀 괴이하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그뿐이다. 한번 자리를 잡더니 그것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아무렇지도 않고 헛놀란 것이라고 자신을 타이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또 꽃잎을 열었다.—p. 15 무릇 물체들, 그것들이 사람을 ‘만져‘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살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용하고, 그것을 정리하고, 그 틈에서 살고 있다. 그것들은 유용하다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나를 만지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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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타자일상/book 2020. 4. 8. 21:12
레비나스의 글은 처음이지만 이런 글들을 읽으며 삶에 서 큰 용기를 얻는다. 철학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허풍잡는 소리이기는 하지만 이래서 철학책을 찾는가보다 싶다.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더라도 하나의 글덩어리를 음미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활자는 크고 행은 여유가 있어 좋다. 아주 단출한 책인데 내용은 단출하지가 않다. ‘사유하는 존재서로의 인간’이라는 데카르트의 명제 이후 오늘날 현대철학은 인간 주체의 죽음을 고하기에 이르렀다고 역자는 잠시 짚고 넘어간다. 단, 레비나스의 글을 읽으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렇게 느꼈다. 존재의 부재가 단지 물리적인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인간은 존재에 가해지는 부재(不在) ―존재의 현현과 익명성 자체가 되어버린 존재 ―의 그늘 아래 인식의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