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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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없는 남자 II일상/book 2020. 1. 2. 00:15
요새는 책을 읽다 말고 곧잘 꾸벅꾸벅 졸곤 한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다가도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온다. 타고나기를 체력이 좋은 편에 속하지 않는 나는 동생 말마따나 실속도 없어서 크고 작은 계획을 세워놓고선 독서에만 골몰하지만 이마저도 알차지 못한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편에 비해 두 번째 읽는 「특성없는 남자」는 도통 눈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아마 직전에 「정치적 감정」의 논리적인 텍스트를 꾸욱꾸욱 읽다가 소설로 넘어오니 문체가 달라져서 좀 더 뻑뻑하게 읽혔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갈피해둔 곳들을 짚으며 갈무리를 하다보니 소설의 숨은 뜻들을 곱씹어볼 수 있어 다행이다. 역사인식(歷史認識). 인간 이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새 역사를 열어보이려는 장력(Tension)과 이성에 대한 과신을 꺼림칙하게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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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없는 남자 I일상/book 2019. 11. 18. 23:08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을 지닌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ño)의 작품에서 발견한 이름, 로베르토 무질(Robert Musil). 언뜻 라는 책 제목만 봐서는 로맨스 소설 같기도 하다. 그래서 회사에서 마련한 어느 강좌에서 강사가 책 읽는 나를 발견하고 어떤 책인지 호기심을 보였을 때 그리 민망했었나보다. 이라는 독일어 제목으로는 꽤 철학적으로도 들리는데 말이다. 국내에서는 독일문학에 비해 (정작 독일어를 공유하는) 오스트리아 문학에 대해 매우 빈약하게 알려진 것이 사실이고—헨릭 시엔키에비츠나 밀란 쿤데라 같은 여타 동유럽 국가들의 문학과 비교해도 현저히 소개가 적다—로베르트 무질이라는 그리 낯익은 작가가 아니다. 사실 나 역시 로베르토 볼라뇨가 자신의 소설 속에서 넌지시 소개하고 넘겼던 이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