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로 칼비노
-
나무 위의 남작일상/book 2021. 1. 9. 21:08
“만약 어떤 사람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진정한 자신으로 남지 않는다면 사랑은 존재할 수 없는 거야.” ...... ‘하지만 나 혼자 있어야 한다면 내 본래 모습으로 있는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이게 바로 코지모 형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p. 271 앞서 읽은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과 비슷한 설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반쪼가리 자작」에는 선악의 대립과 조화가 다뤄지는데, 「나무 위의 남작」에서는 ‘나무 위의 세상’과 ‘땅 위의 세상’으로 세계를 나눈다. 아마 이 작품은 나무 위의 인간과 땅 위의 인간을 나눔으로써,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접촉, 그리고 ‘관계’와 ‘나’ 사이에 발생하는 딜레마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듯하다. 관계를 앞세우면 나 자신이 희생되고, 나 자신만 앞세우..
-
반쪼가리 자작일상/book 2020. 11. 29. 00:51
짧고 읽기 어렵지 않고 동화 같은 책이다. 직전에 읽었던 이탈로 칼비노의 처럼 소설의 관찰자 시점으로 꼬마가 등장한다. 소설은 변증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선과 악 각각은 홀로는 완전한 의미를 갖지 못하고 함께 있을 때라야 의미가 온전하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악한 메다르도 자작[子爵]과 선한 메다르도 자작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꼭 선악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한 쌍을 이루는 모든 개념—음양, 좌우, 피아—에 의 세계관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도그마(Dogma)는 어떠한 차이나 반론도 허용하지 않는데, 이탈로 칼비노는 이러한 교조주의적 태도가 우리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선과 악 둘 모두를 긍정하는 팔메다, 세바스티아나 유모가 이탈로 칼비노가 바라..
-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일상/book 2020. 11. 25. 17:57
해마다 전집을 하나 독파하고 원서로 된 책도 한 권쯤은 읽었는데, 원서는 한 권 읽었지만(무라타 사야카의 ), 12월을 앞둔 아직까지 전집은 한 권도 집어들지를 못했다. 이탈로 칼비노의 전집은 사실 초여름쯤 구입했으니 사놓은지는 오래되었는데, 다른 책들에 손이 먼저 가다보니 책장 한켠에서 가지런히 새 책의 깔끔한 모습만 뽐내고 있었다. 여담으로 전집의 모든 책 표지들이 매우 다채롭다. 사실 이 전집을 구입할 때 이탈로 칼비노라는 작가의 작품을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고, 막연하게 평소 좋아하던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와 같은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충동적인 구매를 했었다. 근래에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을 하나둘 읽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이탈로 칼비노의 전집에 손이 갔다. 동화 같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