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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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불꽃일상/book 2020. 9. 7. 23:33
두 권의 책 사이에서 손끝이 허공을 맴돌았다. 『절망』과 『창백한 불꽃』. 모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책이다. 『롤리타』를 읽은 뒤로 사놓은 책들인데, 처음에는 『절망』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가 결국 『창백한 불꽃』을 집어들었다. 『절망』은 정말 절망스러울 때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그런 절망은 찾아오지 않았다. 또는 그런 절망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창백한 불꽃』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독서를 요구했던 책이다. 머리말에서부터 킨보트라는 인물이 편집과 출판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갸우뚱하기도 했고, 나보코프의 장난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크게 두 개의 구성으로 나뉜다. 하나는 킨보트의 절친한 벗인 셰이드가 쓴 총 네 편 1000행 짜리 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