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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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일상/book 2022. 1. 8. 16:38
하루종일 어두침침하고 기분이 영 가라앉는 날씨다. 요 근래 무슨 생각에서인지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을 집어들었다. 무거운 사회과학 서적이나 인문 서적은 좀처럼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한편 최근에는 자기 전에 최승자 시인의 시집을 끄적이면서 자주 접하지 않았던 시(詩)를 끄적이기도 했다. 늘 그렇듯 내 독서에는 대중이 없지만, 한국소설을, 그것도 근대 소설을 찾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다. 처음에는 통영 사투리와 토속적인 어휘가 등장해서 눈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일단 문장이 익자 술술 계속 읽게 된다. 중학교 때 읽었던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로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몰두해 읽기는 오랜만인 것 같다. 『김약국의 딸들』은 내가 읽은 박경리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가 평소 어떤 세계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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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일상/book 2021. 12. 22. 09:58
최승자 시인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게 아마 영양(英陽)에서 (명칭이 조금 거창하기는 하지만) 북스테이를 할 때의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끄럽게도 한국문학에 관한 내 지식은 고등학교 때 배운 범위를 크게 넘지 않는데, 북스테이 당시 그녀의 짧은 시를 읽고 쉽게 잊을 수가 없었다. 정확한 문구나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꽤나 파격적이었던 인상이 남아 있다. 그녀 자신은 '가위눌림'과도 같은 세사(世事)에 저항하며 시작(詩作)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강인한 인상으로 남아 있던 시(詩)와 달리 산문집은 담백하고 또 담백하다. 일상적인 서사를 담고 있지만 죽음, 자연, 고독에 대한 직관적 인식이 담겨 있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럽다기보다 맞아 그렇지.., 하면서 글을 읽게 된다. 멋지다, 진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