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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즈음부터 참여했던 모임이 있다. 꾸준히 운동을 하던 곳에서 추가적으로 운동하는 소모임이 결성된 것. 사교적인 모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나름 큰 결심이었고, 아직까지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루는 새해를 맞아 이 모임에서 등산을 하기로 했다. 도봉산을 오르기로 한 것. 여덟 시 반 도봉산역 1번 출구에 집합, 탐방로 앞까지 주욱 이어진 가판대를 지나 도봉산에 접어들었다. 도봉산은 초등학교 때 오르고 처음인데, 당시 만만치 않았던 산인 것만큼은 꼭 기억하고 있다. 어린 눈에 보기에도 까마득한 절벽이 많은 곳이었으니까. 11월 단풍구경차 찾았던 내장산보다는 낮은 산이고 최근에 등산을 다녀왔기 때문에 산을 오르는 데 크게 힘이 들지는 않았지만, 겨울산은 미끄러워서 내려오는 길은 특히나 위험했다. 신선대 부근은 아이젠이 없으면 오를 수 없을 정도로 얼음 바닥이었는데, 나를 포함 무모한 몇몇은 눈앞의 정상을 두고 갈 수 없다며 끝까지 올랐다.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산은 새하얀 고슴도치처럼 응결된 눈 위로 메마른 나무들이 가시처럼 돋아 있다.
저 아래로는 한강 너머 서울 동부의 풍경이 한 폭에 담기고, 북한산 너머로는 서북부의 도시가 언뜻 보인다.
그리고 지평선 위에 임박한 눈구름, 희박한 서광. 살굿빛과 눈물빛이 뒤얽힌 하늘.
지금은 나를 사정없이 휘갈기는 이 바람, 굳건한 바위 또는 하나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