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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의 문법여행/2025 설즈음 영양과 울진 2025. 1. 29. 12:17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던 게 언제부터였던가. ‘쉼표를 찍는다’는 게 무엇인지를 묻는 이에게 말한 적이 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새로운 리듬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내게는 바로 그 쉼표가 필요한 순간이 몇 달 몇 주 이어지고 있었다.
쉼표가 없이 문장을 잇고 또 이어도 꼭 비문(非文)은 아니듯이, 내 일상에 어떤 문법적 오류가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쉼표 없는 글쓰기에 맛들린 것처럼 일상은 무탈하게 굴러갔다. 하지만 하나의 문장이 문장답기 위해서는, 재밌는 이야기와 좋은 표현을 욱여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에, 적절한 문장부호를 써서 읽고 말하는 흐름을 부드럽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알맞는 문장부호를 고르고 위치를 정하는 것은 여전히 고민스러운 일이라, 여행을 갈지 말지도 정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일의 리듬에 나를 맡기고 있었다.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겠다고 느낀 순간, 다음날 아침에 떠나는 열차표를 예매했다. 안동행 고속선.
이튿날 가서 구경할 곳도 묵을 곳도 정하지 않은 채, 단촐한 짐을 어깨에 두르고 서울역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문장의 흐름이 바뀌는 이 대목에서 내가 받아든 것은 안동이라는 낱말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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