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산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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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혼자서일상/book 2022. 7. 9. 23:27
바다의 시간은 상륙하지 않았다. 바다는 늘 처음이었고, 신생(新生)의 파도들이 다가오는 시간 속으로 출렁거렸다. 아침에, 고래의 대열은 빛이 퍼지는 수평선 쪽으로 나아갔다. 고래들이 물위로 치솟을 때 대가리에서 아침햇살이 튕겼고, 곤두박질쳐서 잠길 때 꼬리지느러미에서 빛의 가루들이 흩어졌다. —p. 10 달이 밝은 밤에는 빈 것이 가득차 있었고 안개가 낀 날에는 가득찬 것이 비어 있었다. —p. 30 사랑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고 거북해서 발음이 되어지지 않는다. 감정은 세월의 풍화를 견디지 못하고 세월은 다시 세월을 풍화시켜간다. —p. 129~130 우기에 열차들은 대가리로 빗줄기를 들이받아 안개를 일으켰다. 열차 지붕에서 물보라가 날렸다. 물보라는 집현전 건너편 언덕 사육신 묘지까지 끼쳐갔다. 열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