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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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자작일상/book 2020. 11. 29. 00:51
짧고 읽기 어렵지 않고 동화 같은 책이다. 직전에 읽었던 이탈로 칼비노의 처럼 소설의 관찰자 시점으로 꼬마가 등장한다. 소설은 변증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선과 악 각각은 홀로는 완전한 의미를 갖지 못하고 함께 있을 때라야 의미가 온전하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악한 메다르도 자작[子爵]과 선한 메다르도 자작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꼭 선악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한 쌍을 이루는 모든 개념—음양, 좌우, 피아—에 의 세계관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도그마(Dogma)는 어떠한 차이나 반론도 허용하지 않는데, 이탈로 칼비노는 이러한 교조주의적 태도가 우리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선과 악 둘 모두를 긍정하는 팔메다, 세바스티아나 유모가 이탈로 칼비노가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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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일상/book 2020. 11. 25. 17:57
해마다 전집을 하나 독파하고 원서로 된 책도 한 권쯤은 읽었는데, 원서는 한 권 읽었지만(무라타 사야카의 ), 12월을 앞둔 아직까지 전집은 한 권도 집어들지를 못했다. 이탈로 칼비노의 전집은 사실 초여름쯤 구입했으니 사놓은지는 오래되었는데, 다른 책들에 손이 먼저 가다보니 책장 한켠에서 가지런히 새 책의 깔끔한 모습만 뽐내고 있었다. 여담으로 전집의 모든 책 표지들이 매우 다채롭다. 사실 이 전집을 구입할 때 이탈로 칼비노라는 작가의 작품을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고, 막연하게 평소 좋아하던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와 같은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충동적인 구매를 했었다. 근래에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을 하나둘 읽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이탈로 칼비노의 전집에 손이 갔다. 동화 같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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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멸(Il disperezzo)일상/book 2020. 9. 13. 23:35
『영화란 무엇인가』를 읽는 동안 작가 알베르토 모라비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읽은 『경멸』이라는 책은 누벨바그의 거장인 장 뤽 고다르에 의해 영화화된 글이기도 하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떠오른 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경멸’이라는 테마로 인간 심리를 입체적으로 파헤친 이 글은 사랑하는 여자를 그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고전 『오디세이』에 대한 다채로운 분석이기도 하다. 어느날 남편 리카르도를 경멸하게 된 아내 에밀리아와 그런 에밀리아의 마음을 되돌려보려는 리카르도의 이야기가 『경멸』의 뼈대를 이룬다. 그리고 여기에 세속적 인물인 영화제작자 바티스타와 우울한 독일인 감독 레인골드가 합류하면서 『오디세이』 속 율리시스라는 인물이 여러 각도에서 조명된다. 분명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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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인가일상/book 2020. 6. 27. 00:28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니까 이런 류의 책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최근에 누벨바그 작품들도 몇 편 보고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도 찾아보면서 영화의 '기술적인 면'과 '철학적인 면'을 동시에 다루는 책을 찾아보곤 했다. 이 책은 꽤 오랫동안 가방에 넣고 다녔던 책인데, 막상 알프레도 히치콕도 훑지 않을 만큼 2차 세계대전 직후의 영화까지만 다루고 있다. 또한 저자가 프랑스의 영화 평론가인 만큼, 대체로 유럽영화―그중에서도 특히 이탈리아 영화―를 주로 다루는데 유럽 영화들을 좋아하는 만큼 (비록 아는 영화들은 아니더라도) 거리감이 드는 제재(題材)는 아니었다. 정작 독서를 가로막았던 것은, 옮긴이가 역자의 말을 빌려 번역의 어려움에 관해 몇 번 언급을 한 것처럼, 번역된 문장들이 너무 퍽퍽하고 심지어 오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