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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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역학일상/book 2021. 7. 17. 16:08
'14년도 한 대학에서 토마 피케티의 초청강연이 있었을 때 그의 강연을 직접 들으러 간 적이 있다. 그의 책 『21세기 자본』이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아 책을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호기심만으로 강연 참석을 신청했다. 그리고 운좋게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프랑스어 발음이 섞인 토마 피케티의 영어를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자막으로 동시통역이 진행되었지만 영화도 아닌 강연에서 강연자와 자막을 함께 봐야 하는 상황은 산만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그의 연구주제에 관한 흥미는 흐지부지되고 구매했던 책은 7년 가까이 책장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7년이 지나서 『21세기 자본』을 집어든 건 근래 '불평등' 또는 '양극화'라는 주제로 여러 텍스트를 읽으면서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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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일상/book 2020. 12. 9. 13:54
⎡공정하다는 착각⎦의 원서 제목은 ⎡The Tyranny of Merit⎦으로 ‘능력주의(Meritocracy)의 폭정’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철학 책을 평소에 어려워 하는 편인데도 엄청 재미있게(?) 읽었다. 내용에 공감을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소 격정적인 마이클 샌델의 논조가 호소력이 있었던 까닭도 있는 것 같다. 사실 ‘신자유주의’나 ‘세계화’로 인해 부의 분배가 양극화되고 중산층이 몰락한다는 주장에 비하면, 극단적인 ‘능력주의’가 우리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좀 생소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우선 마이클 샌델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극명한 사회 양극화와 포퓰리즘(트럼프의 등장, 유럽의 초극우 민족주의에 이르기까지)의 득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