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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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걸작일상/book 2019. 10. 3. 00:03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으레 변명이 그러하듯 일상을 보내다보면 관심가던 것들이 바뀌고 흥미를 끌던 것들도 흐트러진다. 그런 까닭에 오노레 드 발자크의 글은 나의 변덕스러움 속에서 외면받아 왔었던 것이다. 이 얇은 책에는 짧지만 강렬한 두 편의 글―과 ―이 실려 있다. 퇴근길을 할애해가며 책을 후루룩 읽었다. 이 두 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돈 후안과 프렌호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의심'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삶을 관조(觀照)하고 부유(浮遊)하는 돈 후안이나, 실재(實在)에 다가가기 위해 선 하나 면 하나에 번민을 거듭하는 프렌호퍼, 둘 모두 끝없는 회의(懷疑) 끝에 일종의 자기 부정(否定)에 이르는 인물들이다. '질레트'(즉 재현의 대상)와 '카트린 레스코'(즉 표현의 대상)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