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앤더슨
-
끝없음에 관하여일상/film 2022. 1. 3. 21:59
3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영화는 북유럽 특유의 창백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 말끔하게 표백된 영상 안에서 우울한 군상들의 삽화(vignette)가 하나의 커다란 스케치를 만들어 나간다. 신앙심을 잃은 사제, 옛 친구에게 미운털이 박힌 한 남자, 패전하고 쫓겨나는 군인들과 폐허가 된 도시,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지 않는 여자로 인해 앙심을 품은 남자.. 영화는 루틴같은 비애와 고통이 우리의 삶을 끝없이(endlessly) 수놓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일까. 영화 속 장면장면들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루한 느낌도 있다. 영화에 결여된 것은 단연코 웃음이다. 영화에는 웃는 얼굴을 찾아볼 수 없다. 『장미의 이름』에서 엄격히 웃음을 금했던 호르헤 수도사의 철학이 떠오른다. 남자의 품에 안겨 하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