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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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의 일기: 루브르(Louvre)Vᵉ arrondissement de Paris/Juin 2022. 7. 18. 15:28
# 학기가 끝나고 몰아서 가고 있는 유명 관광지 중 남은 한 곳이 루브르 박물관이다. 이곳은 내가 다녀본 프랑스의 여러 관광지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예매를 해야 했던 곳이다. 전날 루브르 박물관에 무턱대고 갔다가 되돌아 왔던 기억이 있어서, 이날은 미리 오후 한 시에 입장 예약을 해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두 번 갈 생각은 들지 않는 곳이다. # 루브르 박물관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세 가지 작품이라면,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 그리고 모나리자—프랑스 사람들은 보통 그림 속 인물의 프랑스식 이름인 조콩드(Joconde)라고 부른다—를 꼽는다. 그 외에도 유명작품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양이 워낙 방대하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몇 가지 작품을 정해서 집중하는 게 좋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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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발명 1700~1789 / 1789 이성의 상징일상/book 2021. 1. 26. 23:21
강렬한 자유가 펼쳐진다는 말은 무엇인가? 사실 초기 낭만주의에서 고삐 풀린 상상력의 수단을 동원하는 일은 진정한 독립성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성인이 되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데서 느끼는 두려움의 표시로 나타난다. 칸트는 ‘계몽’이라는 말을 미성년에서의 벗어남, 전통적인 권위의 족쇄를 결국 용기 있게 벗어나 자유롭게 사유하는 의식의 해방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사악한 즐거움을 대표하는 이들이 빛을 마주할 때 질겁한다는 말은 단순한 은유가 아닐 것이다. 그들은 그 무엇도 내면의 법을 피해갈 수 없는 성취하기 어려운 자유를 주장하기보다 대문자의 아버지Père라는 전통적인 형상을 모독하는 편을 선호한다. 그들은 감히 맞서고 과오를 저지르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결국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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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일상/book 2020. 6. 5. 22:52
아주 오랜만에 한국소설을 집어들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읽었던 한국소설이 한강의 와 였으니까, 어언 3년만이다. 한국소설을 멀리 하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닌데, 막상 책을 읽으려고 할 땐 새로운 것이 끌린다. 내게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면, 아직까지 읽지 않은 해외의 고전을 찾아 읽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낯익은 문제에 낯익은 소재일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낯설고 색다르게 다가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김영하의 를 펼쳤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말에서 따온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책을 펼치면 이내 세 점의 그림이 나온다: , , 이 그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그림은 소설 속 챕터들과 고리 지어지는 독특한 구성을 이룬다. 거창하게 말해 삶의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