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도우 메도우 메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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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도우 메도우 메도우(Meadow, Meadow, Meadow)주제 있는 글/Théâtre。 2018. 11. 1. 19:57
이렇게 되고 보니 연극이라는 것에 대해 아무런 인상도 남지 않는다. 때로는 적나라하거나 무의미하고, 때로는 공격적이거나 익살스럽고, 동작은 연속되어 있으나 의미는 분절되어 있는 연극. 내가 유일하게 배우들의 표정을 읽을 여유를 가진 건 커튼콜 타임이 다 되어서였던 것 같다. 기획자로 보이는 사람―왜냐하면 무대에 한 번도 올라오지 않았으니까―은 독일인처럼 키가 크고 짧은 금발을 하고 있었는데, 배우들과 일렬 횡대로 서서 인사를 할 때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수행해야 했던 것을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듯이. 도대체 왜? 왜냐하면 나는 연극을 보며 일종의 민망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단지 배우들이 반라―가끔은 전라―로 유인원 같은 연극을 펼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그런 생각이 아주 없지는 않았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