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여행
-
둘째 날. 대흥사(大興寺)여행/2023 늦여름 목포 2023. 8. 30. 18:12
두륜산 자락에 자리잡은 대흥사는 땅끝마을로부터 다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다. 나는 땅끝마을을 오면서 이용했던 도로를 다시 이용하는 것이 싫어 이번에는 강진 방면으로 길을 타고 두륜산으로 향했다. 오전에 만난 카페의 주인 아저씨가 도솔암의 경치가 참 볼 만하다고 추천해주셨었는데, 짧은 일정상 도솔암을 들를 엄두는 내지 못했다. 더위가 점점 수그러드는 시간대가 되어 대흥사 입구에 도착했고, 일주문부터 길을 나서는데 계곡에 삼삼오오 모여 찬물에 발을 담그거나 가재를 잡는 사람들의 풍경이 어딘가 이국적이기도 하고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야영이 불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에 오로지 피서만을 목적으로 이곳 장춘계곡까지 들어온 사람들. 바다가 코앞인 지역인데도 그늘진 계곡에서 더위를 나는 모습이 어쩌면 더 합당해..
-
둘째 날. 송호해수욕장과 땅끝마을여행/2023 늦여름 목포 2023. 8. 29. 01:35
원래 목포로 내려올 때는 목포 여행을 겸해 신안 일대를 쭉 드라이브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신안 일대의 명소를 검색해보니 갈 만한 지점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실제 구경갈 만한 곳들은 정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 예를 들어 가거도나 홍도 같은 곳이었는데, 이번처럼 짧은 일정에 배를 탄다는 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목포를 기반으로 둘러볼 만한 주변 지역이 꽤 있어서, 해남과 진도, 강진 중에 어딜 갈 만한 곳을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해남이 낙점되었다. 해남을 여행한다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땅끝마을일 것이다. 나는 땅끝마을에 가기에 앞서 송호해수욕장의 한 카페에서 목을 축이기로 했다. 숭늉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단 카페였는데, 주차가 되지 않는 카페 앞 지점까지 걸어들어가..
-
첫째 날. 유달산(儒達山)여행/2023 늦여름 목포 2023. 8. 28. 11:05
해가 땅에 가까워지며 건물의 각진 음영들이 점점 짙게 두드러질 무렵, 나는 유달초등학교 옆길을 통해 유달산을 올랐다. 이전에 목포에 왔을 때는 케이블카로 유달산에 올랐기 때문에 등산을 하면 어떨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무더운 날씨까지 더해져서 등줄기가 땀범벅이 되었다. 나는 서해랑길을 따라서 얼기설기 들어선 골목길을 타고 오르다가 도중에 등산로로 길을 틀었다. 그리고 유달산 스테이션과 마당바위를 차례차례 지나 마침내 일등바위에 올랐다. 분명 일전에 케이블카를 타고 한번 왔던 장소인데도, 기시감 대신 전혀 새로운 풍경을 보는 느낌이 들어 잠시 정신을 가다듬게 된다. 나는 바로 이곳 유달산 정상에서 해가 질 무렵까지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며 석양을 구경했다. 남쪽을 바라보면 영암 일대의 조선소가 보이고, 서..
-
목포행 열차여행/2023 늦여름 목포 2023. 8. 24. 18:09
목포는 올해 봄 출장으로 들르면서 한번쯤 여행으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도시다. 그렇게 해서 하루는 한달 전 쯤인가 무턱대고 숙소를 예약해두었다. 숙소 위치는 목포의 구시가지. 여행 당일이 되고 나름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는 광주송정 역을 지나면서부터 퍽 한산해졌다. 마침내 목포역에 내렸을 때, 나를 맞이한 건 바닷바람 한 점 없는 찜통 더위였다. 마치 빛에 타들어간 필름처럼 태양이 쏟아지는 인도가 새하얗게 바랬다. 나는 옷가지와 카메라 따위로 빵빵해진 카키색 가방을 메고 15분여를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한동안 에어컨 바람을 쐬다가 단출한 차림으로 숙소를 나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은 나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