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계동 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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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1. 서계동(西界洞)주제 없는 글/印 2025. 5. 16. 15:27
사진 현상소에서 켄트미어 400이라는 흑백필름을 추천받았다. 흑백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는 좀 되었지만, 막상 흑백 필름을 사기는 망설여졌다. 어디선가 흑백사진이 더 찍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똑같은 사물을 찍어도 색이 휘발된다는 게 어쩐지 손해보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다. 흑백필름을 구입하던 당시는 마침 벚꽃철이었기 때문에 이 계절의 화사함을 무채색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있었다. 그간 주로 써왔던 포트라 400이 아닌 다른 필름을 쓰는 건 워낙 오랜만의 일이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좀 더 공을 들이고 아껴가며 쓰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36칸의 필름 안에 도시 속 달동네, 봄이 찾아온 사찰, 우리집 강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