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트 되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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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와 몸일상/book 2022. 10. 11. 22:02
모처럼 읽은 독일문학이다. 근대 독일문학이라고 하면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일관되고 선악(善惡)의 구분도 선명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열두 편의 짤막한 소설로 엮인 『무용수와 몸』의 등장인물들은 그런 선입견에서 벗어나 있다. 길지 않은 글 안에서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편집증적이고 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그들의 논리가 다음에 어느 방향으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타이틀로 쓰인 『무용수와 몸』도 무용수 자신의 육체를 낱낱이 해부한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주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민들레꽃 살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공원을 산책하던 한 중년 신사가 길 위에서 발견한 한 송이 민들레꽃을 지팡이로 뭉텅 날려버린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출발한다. 무심코 저지른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의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