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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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未完)의 제국 이야기일상/book 2022. 11. 25. 17:39
한때 합스부르크 제국이라 불렸던 정체(政體)는 오늘날의 독일이나 미국만큼의 연방제로도 발달하지 못한, 아주 느슨한 형태의 나라였다. 책에 나온 문장대로, 소련의 붕괴가 러시아 역사에서 책의 한 챕터가 종료되었다는 걸 의미했다면, 양차대전 사이에 공중분해된 합스부르크의 역사는 한 권의 책 자체가 완결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난립한 제후국의 권한이 고스란히 유지되었던 신성로마제국의 정치체제가 도저히 단일한 정치적 성격으로 묶일 수 없는 괴물같은 실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합스부르크 제국 또한 끝끝내 중앙집권적인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실패한다. 그럼에도 1814~1815년 빈 회의를 거치며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냈던 한 국가가 불과 100년 사이에 지도상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은 대단한 아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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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빈(Fin-de-siècle Vienna)일상/book 2020. 1. 16. 00:01
사놓은지 매우 오래된 책이다. 군대에 복무하던 5~6년 전쯤 샀을까. 무슨 취향에서였는지 이런 유(?)의 하드커버지로 된 인문학 서적을 한동안 사들인 적이 있다. 먼지도 먹지 않은 채 잠자코 책장에 들어앉아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를 이 책을,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없는 남자』를 읽고난 뒤에야 비로소 떠올렸다. 처음에는 읽기 버거운 책도 어느새 슉슉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인물을 중심으로 세기말 오스트리아의 예술, 건축, 문학, 음악을 아울러 서술하는 이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흥미로웠다. 사실 익숙한 오스트리아 인물이라 해봐야 프로이트 정도인데, 그마저도 (어처구니 없게도) 해당 파트가 20 페이지 정도가 분실되어 있어서 정작 프로이트에 관한 내용은 제대로 읽을 수 없..